전용 85㎡ 이하 추첨제 확대
60㎡ 이하 신설, 60% 추첨
가점 낮은 청년층 대거 몰릴 듯
“청약도 양극화, 인기 지역 경쟁 치열할 것”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개편 등 부동산 정책 정상화에 나선 가운데 청약제도 개편에 대한 청년층의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연내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중소형 주택에 대한 추첨제 물량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동안 낮은 가점으로 청약 시장에서 소외됐던 2030세대의 내 집 마련 기회가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최근 청약 시장에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인기 지역은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점쳐진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연내 청약제도를 개편할 예정이다. 이번 청약제도 개편의 핵심 내용은 추첨제 물량 확대다. 중형·소형주택을 중심으로 청약 가점에 관계없이 아파트를 분양하는 추첨제 비율을 늘려 청년층과 신혼부부, 1~2인가구 등의 청약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게 국토부의 구상이다.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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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청약제도는 중장년층에 유리한 구조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17년 8∙2부동산대책을 통해 수도권 공공택지와 투기과열지구에 ‘청약 가점제 100%’를 도입했다. 무주택 실수요자에 내 집 마련 기회를 준다는 취지로 고안됐다. 이에 따라 현재 투지과열지구 내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은 100% 가점제로 공급되고 있다. 분양가 총액이 높은 전용 85㎡초과 주택만 가점제와 추첨제를 각각 50%씩 적용해 당첨자를 가린다.

가점 중심으로 당첨자를 뽑다 보니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짧고 부양가족 수가 적은 청년층은 대형 평수의 초고가 아파트를 제외하면 사실상 청약 기회가 사라졌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서울 청약 커트라인은 62.6점이다. 2019년 50.7점, 2020년 58.4점에 이어 청약 문턱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현재 1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점수는 54점이다. 이마저도 무주택 기간과 청약저축 가입 기간이 모두 15년을 넘어야 얻을 수 있는 점수다. 당점 문턱이 높아지자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청포족’(주택 청약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는 젊은층의 선호도가 높은 전용 85㎡ 이하 주택에 대한 추첨제 물량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특히 전용 85㎡ 구간을 세분화했다. 1~2인 가구 거주에 적합한 소형 주택 전용 60㎡ 이하 구간을 신설해 물량 60%를 추첨제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전용 60㎡ 초과 전용 85㎡ 미만은 추첨제 30%를 적용하기로 했다. 대신 전용 85㎡ 초과 중대형 평수의 경우 중년층의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50%·50%였던 가점제와 추첨제 비율을 80%, 20%로 조정할 방침이다.

새로운 청약제도는 이르면 하반기, 늦어도 올해 말에는 적용이 점쳐진다. 청약제도 개편은 국토부령인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만 개정하면 된다. 안전진단 면제 등 집값을 자극하는 요인도 없어 내외부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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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기적으론 분양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특별공급 도입 여부도 관심사다. 현행 청약제도에선 투기과열지구 내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 주택은 생애 최초 주택이나 신혼부부 등 특별공급 없이 모두 일반공급으로 분양된다. 앞서 정부는 2018년 4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청약 특별공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같은 해 5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서울 아파트 분양가격이 치솟으면서 특별공급 물량이 대폭 줄어든 실정이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올해 서울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4년 전(3.3㎡당 2257만원)보다 46% 오른 3301만원을 기록했다. 평형대별로 살펴보면 평균 분양가는 ▲전용 60㎡ 이하 7억4310만원 ▲전용 60㎡ 초과 85㎡ 이하 10억4554만원 ▲전용 85㎡ 초과 17억5078만원 등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청년층 청약 당첨률을 높이기 위해 9억원 초과 주택에도 특별공급 확대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9억원 기준이 상향 조정되면 서울은 물론 강남권에서도 특별공급 물량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의 청약제도 개편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청약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분양가 상한제 하에서 청약 시장은 공급되는 아파트 가격이 현재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되는 구조다”며 “그동안 가점이 낮아 진입하지 못했던 청년층이 추첨제로 인해 청약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묻지마 청약을 한 뒤 당첨을 포기할 경우 투기과열지구는 10년, 조정대상지역은 7년간 재당첨이 안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청약 시장에서도 실수요자들의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되는 등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택 가격에 대한 고점 인식과 금리 인상, 거래 정체, 수요자 관망 등으로 주택시장의 가격 약세 현상이 지속돼 청약시장도 주춤해질 수 있다”며 “특히 청약 양극화에 따라 인기 지역에선 2030세대의 당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고 말했다. 이어 “아울러 물가인상,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분양가 인상 우려가 있는 만큼 사전청약이나 분양가 상한제 청약 물량 등을 노려보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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