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태영건설 이어 세번째
공유수면매립법 개정으로 10년 뒤부터 용도변경 가능 ···아파트 조성·상업용지 변경 의혹도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민간투자형 인천신항 배후단지 조성 사업 현황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대형건설사의 신항 배후단지 조성사업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2년여 전 HDC현대산업개발이 국내 최초 민간 항만 배후단지 조성에 도전장을 낸 데 이어 태영건설은 지난해 부산 신항 배후단지 사업권을 확보했고, GS건설은 올해 5월 인천신항 배후단지 조성 우선협상대상자로서 사업권을 움켜쥘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해운항만업계를 비롯해 시민단체와 일부 정치권에서는 사업권에 뛰어드는 민간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모습이다. 대형건설사가 개발 후 수익 창출을 위해 배후단지의 임대료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다보면 본연의 항만 기능을 상실하게 되고, 결국 토지용도를 변경해 아파트 등 수익성 목적의 건설을 하는 형태의 장기 부동산 투자가 될 거란 의구심 때문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지난달 인천신항 배후단지 1-1단계 3구역과 1-2단계 개발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인천 연수구 송도동 끝자락에 위치한 인천신항 배후단지 94만㎡에 약 2000억원을 투입해 민자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이곳은 항만 관련 산업 업무지원 시설을 집단으로 설치하는 형태로 복합물류‧제조시설, 업무·편의시설, 공공시설 등이 건설된다. 신항 배후단지 조성사업에 뛰어든 건 HDC현대산업개발과 태영건설에 이어 세 번째다.

이처럼 민간 건설사가 신항 배후단지 조성사업에 속속 뛰어드는 건 몇 해 전 관련법이 개정된 영향이 큰 것으로 업계는 해석한다. 2019년과 2020년 두차례에 거쳐 개정된 항만법에 따르면 항만 배후단지를 개발한 민간사업자는 개발 투자비용에 준하는 만큼의 부지소유권을 갖게 되고, 조성 후 남는 잔여토지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도 갖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개발사업자가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기대감이 형성되며 건설사도 눈길을 두게 됐다. 일각에서는 법 개정이 추진될 당시부터 알토란같은 부지를 민간사업자가 독식하는 신항 민영화 시도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았다.

게다가 HDC현산과 GS건설이 사업을 추진 중이거나 하게 될 인천 신항 배후부지는 서해바다였던 공유수면을 흙을 매립해 만든 지역인데, 개정된 공유수면법상 매립목적에 맞게 토지를 이용하다가 10년 뒤 부에는 부지 용도를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배후단지에 조성한 복합물류 제조시설과 업무 편의시설의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임대료를 올려받다가 신항 배후단지가 본연의 가치를 상실하게 되면, 수익성이 큰 상업용지나 공동주택용지로 전환해 사업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건설사는 수익성 높은 부동산 위주로 난개발을 하게 되고, 결국 항만 경쟁력 하락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국회의원실 보좌진은 “부지가 확보되면 건설사가 어느 시점까지는 신항 관련분야 분양사업을 하다가 나중에는 물류부지를 주거상업지역으로 전환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에 개발사업에 뛰어드는 것으로 보인다”며 “부동산 투기목적의 측면을 예상할 수 있어 관련법 개정안을 검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국회 맹성규 의원은 민간 개발사업자가 우선매수청구권을 통해 소유할 수 있는 토지의 범위를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항만법 개정안을 이미 발의했다. 박찬대 의원 역시 최근 GS건설의 항만 배후개발 우선협상자 선정 직후 민간개발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시민단체 역시 민간 개발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송원 인천 경실련 사무처장은 “항만법 개정하자마자 HDC현산이나 태영건설, GS건설 같은 자본력 두둑한 건설사들이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 부동산 장기투자 아니겠나”라며 “민간이 개발하면 수익모델 창출을 위해 임대료를 높게 책정한다. 배후부지 활성화에 역행할 것이기 때문에 항만공사의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인천항만공사는 수요는 많은데 정부의 재정지원이 자꾸 미뤄져 빠른 건설을 위해 민간유치 개발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김 사무처장은 “공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말이 안된다. 항만공사가 운영하면 공적 기능을 위해 임대료 조율이 가능하지만 건설사가 소유하게 되면 부지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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