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폐지 아닌 부작용 최소화 방안 그쳐 볼멘소리도
부동산 시장 건전하게 변화시키는 첫 시책 될지 관심

노경은 금융투자부 기자
노경은 금융투자부 기자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새 정부의 첫 부동산 정책 발표로 분양가상한제 규제 완화가 발표됐다.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합이 불가피하게 소비하는 필수비용을 분양가에 반영하고 자재값을 공사비에 신속하게 반영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분양가 책정 시 참작하는 인근 주택가격 기준은 준공 20년에서 보다 10년 이내로 상향 조정했다. 깜깜이로 이뤄지던 분양가 심사도 택지비 검증위원회를 신설해 투명하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로써 분양가가 1.5%~최대 4%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공급 지연에 의한 숨통이 서서히 트일 전망이라며 반색하고 있다. 그러나 정비사업 조합에서는 기대에는 못 미치는 당근책이라며 시큰둥한 모습이다. 서울의 한 정비사업 조합 관계자는 “전 정부의 분양가 통제 하에선 막말로 죽 쒀서 청약로또 당첨자에게 안겨준 꼴이었는데 그 수준만 면하게 된 정도라 성에 차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정비사업 필수비용을 분양가에 녹인다고 했지만 조합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명도 외 소송비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다.

정비업계에서는 이와 함께 정부에 꾸준히 요구해 온 택지비 산정방식에 대한 개선이 없다는 점에 대해서도 볼멘소리를 내기도 한다. 택지비가 분양가 산정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이를 개선하는 게 인상에 가장 큰 효과를 주는데 대책발표 내용에선 빠졌기 때문이다. 현재 상한제 택지비는 감정평가사가 인근지역 표준지 공시지가에 입지 특성을 반영한 보정률을 곱해 산정하는데 이때 미래 개발이익은 배제한다. 조합이 지자체에 제출한 택지비는 한국부동산원의 적정성 평가에서 재검토되며 깎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근책이 애매한 수준에 그쳤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건 정비사업 조합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해 1주택자로 한정했던 상생임대인 인센티브를 다주택자에게도 부여하기로 했는데, 인센티브로 제시한 양도세 비과세의 경우 임대인이 결국 무주택자가 돼서야 받을 수 있는 혜택이다. 당장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아니라 집을 팔고 1주택만 남겨야 받을 수 있는 혜택인 만큼 다주택자들은 유인책으로써 한계가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는 반응이다.

이처럼 새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를 두고 아쉬움에 대한 토로가 이어지고 있지만 규제 완화라는 큰 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분양가상한제와 임대차3법 제도 폐지가 아닌 보완책에 그쳐 여전히 사업성에 큰 개선을 주기엔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180도 다른 급작스런 정책 변화는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규제완화를 통한 기조 변화와 시행령 행정입법으로 당장 손볼 수 있는 것 위주의 발표로 실용을 중시한 점도 눈길을 끈다. 전문가들 역시 여소야대 속 모법 개정 없이 시행령 개정을 통해 움직일 수 있는 가용 정책카드를 총동원해 기민하게 대책을 준비한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첫 술에 배부르랴라는 말로 성급함을 지적했던 성현들처럼 어떤 일이든 단번에 만족하기란 쉽지 않다. 당장 시장에 가져올 드라마틱한 변화가 아니어도 괜찮다. 윤석열 정부의 첫 부동산 정책이 중장기적 차원에서 부동산 시장을 건전하게 변화시키는 정부 시책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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