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진행시 필수비용 분양가에 반영돼
자잿값·건축비 연동 강화 및 시세 반영시 '인근 준공 20년'에서 가치 높은 10년 이내로
업계 “공급 숨통 트일 듯” 기대감도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방기선 기재부 차관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방기선 기재부 차관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서울 등 수도권 주택 분양가격이 1.5~4%, 지방은 1% 가량 오를 전망이다. 새 정부가 분양가격을 결정하는 분양가상한제와 고분양가 심사제도를 개편안을 발표한 영향이다.

분양가상한제 개편안은 크게 ▲정비사업시 필수비용 분양가에 반영 ▲ 자잿값·건축비 연동 강화 및 신속 반영 ▲깜깜이 분양가 심사 투명화 ▲시세 결정시 인근 ‘준공 20년’에서 보다 가치가 높은 ‘10년 이내’로 적용 등 네 가지를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시세에 못 미치는 분양가격을 현실화해 민간 주택공급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분양가에 조합 이주비 등 필수비용 반영···원자재 값 급등시 3개월 이내 적시 반영까지

정부는 21일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분양가 제도 운영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은 분양가상한제로, 그외 지역은 고분양가 심사제로 사실상 정부가 가격을 상한을 사실상 규제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시행주체인 조합과 시공사인 건설사는 사업성이 낮다며 추진이 더뎠다. 이에 제도 완화를 통해 분양가격을 현실화하고 사업성을 높여 공급물량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우선 그동안 분양가에 미포함됐던 정비사업장의 명도소송비와 세입자 주거이전비, 상가 임차인 영업손실 보상비, 조합원 이주비 대출이자, 조합 운영비용을 분양가에 반영하도록 했다. 이주비 항목은 조합원이 이주를 위해 대출을 받으면 일정 상한액 범위 안에서 이자 비용이 분양가격에 포함된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적시에 반영하기 위해 기본형 건축비 산정 방식도 바꾼다. 현재 기본형 건축비는 매년 3월과 9월 두 차례 정기 고시하는 것을 기본으로 고시 3개월 뒤 주요 자재가격이 15% 이상 변동되면 재고시하고 있다. 다만 자잿값이 급등하는 최근에는 이같은 조건도 시세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어 적자로 빠져드는 블랙홀과 같다는 업계의 불만이 있었다. 실제로 자재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분양가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기본형 건축비에는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아 일부 사업장들이 기본형 건축비 인상을 기다리며 공사를 미루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기본형 건축비 틀을 개선했다. 현재 반영 품목은 레미콘, 철근 PHC 파일, 동관 등 4개인데 이 가운데 사용빈도가 낮은 PHC 파일과 동관을 제외하는 대신 사용빈도가 높은 창호유리, 강화합판 마루, 알루미늄 거푸집을 추가해 5개로 늘렸다. 아울러 단일 품목 가격 15% 상승 시 외에도 기본형 건축비 비중 상위 2개 자재(레미콘, 철근) 가격 상승률의 합이 15% 이상인 경우나 비중 하위 3개 자재(유리, 마루, 거푸집) 상승률의 합이 30% 이상인 경우라면 3개월 이내에 언제라도 기본형 건축비를 조정할 수 있게 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정비사업 필수비용 미반영 현황. 앞으로는 분양가에 반영하게 된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분양가 심사절차 개선도···업계 “도심분양 숨통 트일 듯” 기대감

이밖에 깜깜이로 운영된다는 지적을 받아온 분양가 심사절차는 투명성이 강화된다. 그동안 민간택지 택지비 산정시, 감정평가 결과를 부동산원에서 비공개로 검증해왔으나, 해당 감정평가사나 외부 의견수렴 참여 절차가 없다는 이유로 불만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택지비 검증의 공정성을 제고하고 평가가 조기 완료될 수 있도록 택지비 검증위원회를 신설해 부동산원 외에도 해당평가사와 전문가 등이 검증에 직접 참여하도록 하고, 감정평가 가이드라인, 부동산원 검증기준도 보다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제도도 일부 개편된다. 인근 사업자 선정기준을 준공 20년 이내에서 10년 이내로 줄이고, 자재비 급등이 분양가에 반영되도록 자재비 가산제도를 도입한다.

정부가 이처럼 첫 부동산 정책 발표로 분양가상한제 제도 개선을 택한 것은 과도한 분양가상한제 규제가 주택공급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 사업장은 택지비 산정을 감정가 기준으로 하는 데다 고급 마감재 등의 비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그동안 민간과 조합 측의 불만이 컸다. 또 명도소송은 사실상 모든 정비사업장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소송에 들어간 변호사 수임료와 법인 인지대 등의 실제 비용은 분양가에 책정되지 않았다.

국토부는 이번 분양가 제도 개편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사라진 만큼 주택 공급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는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분양가격이 1.5∼4%, 고분양가 심사제 해당 주택은 1% 정도 분양가격이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토부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현재 3.3㎡당(평당) 2360만원인 A 재건축 사업장은 개편안 적용 시 정비사업 비용 및 기본형건축비 상승액이 더해지면서 3.3㎡당 분양가가 2395만원으로 약 1.5%(35만원) 오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현재 3.3㎡당 2580만원인 B 재건축 사업장의 경우에는 같은 비용이 더해지면서 3.3㎡당 2640만원으로 2.3%(60만원) 분양가가 오르는 것으로 예상됐다. 상승 폭은 조합원 수, 일반분양 세대 수, 사업기간 등에 따라 사업장별로 다를 것으로 봤다. 이번 제도 개선책은 현 시점에서 입주자 모집 공고가 이뤄지지 않은 사업장부터 적용된다.

김영한 국토부 주택국장은 “분양 예정 단지와 과거 분양 단지 시뮬레이션 결과 1.5~4% 상승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최근 레미콘, 철근 가격 상승을 감안할 때 7월~8월 기본형 건축비 비정기 고시가 이뤄져 분양가격이 이때부터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분야 관계자들 역시 이번 조치가 주택 공급자와 건설현장 부담을 다소 줄였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정비사업 특수성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가산비 형태로 분양가에 반영해주는 방안이 담기며 서울 등 정비사업이 주택 주공급원 역할을 하는 도심 지역들은 분양 일정이 지연되는 문제에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 역시 “공급자 입장에서는 폐지 수준이 아닌 개편안이 여전히 사업성에 큰 개선을 주기엔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너무 분양가를 급등하게 하는 제도는 전체적으로 볼 때 시장을 악화시킬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새로운 개편안이 적용되면 분양가로 갈등을 겪어 사업이 지연되던 일부 사업장들이 속도를 내며 공급 확대가 이뤄지면서 수급 불균형이 다소 해소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는 평가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추후 여건 변화에 따른 탄력적인 적용은 가능하게 됐으나, 분양가 상승 폭이 최대 4% 수준이란 예상을 감안하면 당장 정비사업 활성화에 큰 추진 동력이 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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