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시장중심·친기업 정책 방점
고물가, 취약계층 더 타격···경제 성장 필요한 이유 살펴야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전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시중에 풀린 유동성에 더해 미중갈등으로 시작된 공급망 문제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더욱 악화하면서 글로벌 물가가 치솟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올들어 점차 상승폭을 키우던 소비자물가는 지난달엔 전년 동월 대비 5%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13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식료품과 에너지 등 생필품 물가가 상승을 주도하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물가와 함께 금리도 뛰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0.5%를 유지하던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 이후 오르기 시작해 현재 1.25%까지 상승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물가 불안이 장기화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이 급격한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고금리·고물가로 우리경제 전반에 위기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새정부는 이전 정부와 180도 다른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근로소득자 중심 경제구조로 내수를 활성화시켜 성장동력을 만들어낸다는 소득주도성장 이론을 큰 틀로 삼은 문재인 정부와 달리 정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고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최대한 보장해 성장을 극대화한 뒤 그 성과를 사회 전반에 나누겠다는 시장중심적 경제 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및 세율 구간 단순화, 사내유보금 관련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 폐지, 가업승계 관련한 세제 특례, 경제범죄 관련 형벌 완화, 현장 상황에 맞는 주52시간 근로제 개편 등이 담겼다. 

기업에 대한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해 투자 확대와 고용 증대 등 성장의 선순환이 일어나 국민 모두가 혜택을 보는 이른바 경제적 낙수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가 담긴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 방향이 고물가로 고통 받는 현 시점에 적절해 보이진 않는다.

경제에 있어 최우선 순위는 물가다. 물가를 놓치면 경제 근간이 무너지고, 그 타격이 가장 크게 입는 계층은 취약계층이다.

물론 새 정부가 경제적 약자를 도외시하는 것은 아니다.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는 생계급여 선정 기준 완화, 생계 지원금 강화, 기초연금 인상, 노인일자리 확대, 근로장려세제 강화 등 취약계층 대책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눈앞에 닥친 위기를 대처하기엔 미흡하다. 

지금 물가는 발등의 불이다. 하지만, 정부가 전면에 내세우는 시장중심 경제정책으로 기대하는 낙수효과는 시간이 필요하다. 자칫, 낙수효과는커녕 양극화만 심화시킬 수도 있다. 

정부는 경제 성장을 위한 동력을 자유, 민간에서 찾고 있다. 그래서 기업 규제 혁파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왜 경제 성장을 하려는지 근본 이유를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성장을 위해 경제가 지나치게 시장 중심으로 흐르면 취약계층은 점점 더 설 곳을 잃게 된다. 더구나 지금은 경제적 약자에게 더 가혹한 고물가 시대이다. 취약계층이 사지로 몰릴 위험이 더욱 커졌단 얘기다. 취약층을 위한 추가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이 위험한 수준이라면 성장을 다소 포기해서라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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