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등 경쟁사 맹추격 속 이용자수 전년比 18만 감소
OTT 시장 성장 둔화·증시 불안정 탓 내년 IPO 계획 ‘흔들’

콘텐츠웨이브 영업실적 추이 / 그래프 = 정승아 디자이
콘텐츠웨이브 영업실적 추이 / 그래프 = 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의 이태현 대표가 연임 초반부터 경영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콘텐츠 투자로 적자폭이 확대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성장세가 둔화하면서다. 모회사 SK스퀘어가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연이어 철회함에 따라 웨이브의 IPO 추진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지면서, 외부자금 투자 계획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웨이브는 해외 진출을 돌파구로 삼겠단 계획이지만, 전문가들은 콘텐츠 경쟁력이 부족하다며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17일 콘텐츠업계에 따르면 OTT 웨이브를 운영하는 콘텐츠웨이브가 성장 한계에 직면했단 평가가 나오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웨이브의 월이용자수(MAU)는 423만명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441만명에서 18만명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경쟁사 티빙은 300만명에서 381만명으로 늘며 웨이브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사간 MAU 차이는 141만명에서 지난달 42만명 수준으로 줄었다.

웨이브는 경쟁사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콘텐츠 투자 확대를 감행했지만, 적자폭도 확대됐다. 웨이브의 지난해 영업손실액은 558억원으로 전년(169억원) 대비 230% 증가했다. 여기에 최근 들어 코로나19 엔데믹으로 OTT 산업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단 점도 웨이브의 성장세에 제동을 걸었다.

웨이브가 당초 내걸었던 성장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초 웨이브는 내년까지 유료가입자 600만명 확보, 매출 5000억원 이상을 달성하겠단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2023년 IPO, 2024년 증시 상장에 나서 외부 투자자금을 추가로 유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성장성 악화에 이어 최근 불안정한 증시 상황 탓에 웨이브의 IPO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SK스퀘어의 또 다른 자회사 SK쉴더스와 원스토어도 앞서 연이어 상장을 철회하면서 웨이브도 상장 시점을 두고 고심 중인 상황이다.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는 IPO 추진 계획에 대해 “원래 IPO는 (출범 기준) 5년 내 추진할 계획이었다”면서도 “IPO는 스토리 타임라인을 봐야 한다. 지금은 더군다나 장 상황이 안 좋아졌단 점도 (IPO 일정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웨이브는 이르면 연내 해외에 진출해 돌파구를 모색하겠단 계획이지만, 현재까지 명확한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

이 대표는 “해외 진출이 유력한 시장은 북미와 아시아다. 그중에서도 사업 타당성이 있는 시장이 어느 곳일지를 두고 분석 중이다. 콘텐츠 저작권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에 콘텐츠제작사들과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콘텐츠 위주인 웨이브의 콘텐츠 라이브러리 특성상 해외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한다. 테마파크 등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수익 다변화가 가능한 디즈니와 달리 웨이브의 한류 콘텐츠는 한 개의 IP로 다수의 상품을 만들어내기엔 한계가 있단 지적이다.

콘텐츠분야 전문가는 “만약 웨이브가 상장사라고 해도 현재로선 투자가 망설여지는 회사다. 한류 콘텐츠가 인기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지 않는 한 IP를 계속 쓰기 힘들다”며 “콘텐츠 지속생산 가능성이 있는 IP가 아니란 게 디즈니와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의 조직적인 문제이지만 지상파 계열 방송사들은 일회적으로 가입자를 모으자는 전략이라서, 콘텐츠 수가 많다고 하더라도 자산을 확보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또 통신사가 해외 진출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SK텔레콤과의 시너지도 어렵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콘텐츠가 부족한 점도 웨이브의 약점으로 꼽힌다. 이는 최근 파라마운트플러스와 손잡고 콘텐츠 경쟁력을 확충한 티빙과 대비된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있지만 사실 지상파 콘텐츠 외 마땅한 콘텐츠가 없다는 게 (성장세 둔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웨이브의 약점은 국내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콘텐츠가 많고, 나머지가 부족하단 점이다. OTT 사업은 국내 시장에만 집중해선 수익 내기 어렵다. 다른 글로벌 미디어들과의 연합, 제휴를 통해 해외로 진출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가 계획한 IPO도 트리거 혹은 모멘텀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넷플릭스처럼 오징어게임 시즌2 같은 콘텐츠라도 단독 론칭한다면 몰라도 이용자가 빠지는 상황에선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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