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10년 차 대한상의 설문조사 결과 “대형마트 휴일에 전통시장 간다” 답변 16.2% 그쳐
일부 학자 한미FTA 된다면 농업 사라진다고 주장했으나 10년 지난 현재 수출액 95.2% 증가
정치인 및 정치적 주장하는 학자들, 확정적 발언 결과 책임지는 경우 거의 없어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오너 경영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던 것 중 하나는 총수가 주요 결정에 관여하면서 결과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같은 문제는 최근 몇 년 새 상당수 개선됐다는 평가다. 우선 세대교체가 이뤄지며 총수들이 젊어진 부분이 컸다. 또 사회적 분위기도 많이 바뀌어 직원들이 블라인드 등의 플랫폼을 통해 여과 없이 총수의 과오를 지적하게 됐다. 정보은폐도 쉽지 않아졌다. 또 개미투자자들이 대거 증시에 유입되며 주총장에서 총수를 향한 돌직구 질문을 던져 경영진의 진땀을 빼게 하기도 한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어찌됐든 총수가 눈치를 보는 환경이 조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은 사실 당연한 세상의 섭리지만, 이 당연한 섭리에서 살짝 비껴나 있는 이들이 있다. 정치인들 및 정치적으로 활발한 주장을 하는 학자들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놓은 설문조사는 이 같은 세태의 문제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대한상의는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의무휴업 10년째를 맞아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최근 1년 내 대형마트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구매행동으로 ‘당일 전통시장에서 장을 본다‘는 의견은 16.2%에 그쳤다.

‘전통시장의 주 경쟁상대는 어디냐’는 질문엔 ‘인근 전통시장’(32.1%)을 가장 많이 꼽았고 대형마트를 경쟁상대로 지목한 비율은 절반인 16%에 그쳤다. 또 전체적으로 10명 중 7명(68%)은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사실 대한상의 설문조사 결과는 새로울 것도 없다. 평소 상당수 사람들이 느끼고 있던 것들을 숫자로 확인한 것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만들어질 때부터 전통시장을 살리는데 효과적일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휴업 아닌 날 미리 마트를 가거나 나중에 사지, 굳이 전통시장으로 가겠느냐는 것이다. 심지어 국회 내에서도 이 같은 생각을 하는 보좌진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나 결국 법은 만들어졌고 지금의 상황이 됐다. 차라리 시장 상인들을 실질적으로 확실하게 지원하고 도와줄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어땠을까 싶다.

대형마트 규제뿐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한미 FTA 발효 10년’이기도 하다. 도입 논의 당시 몇몇 학자들은 농업이 사라지고 경제위기국인 미국과 교역하면 적자가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과는?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을 상대로 한 무역은 10년 간 매년 흑자를 유지하며 152억달러(2012년)에서 지난해 227억달러로 늘었다. 대한민국 농업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으나 10년 전 대비 농축산 수출액이 95.2%가 증가했다.

가까운 일례로 코로나19 사태도 있다. 코로나19가 터졌던 초기 의료진들은 경계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경고했으나 몇몇 정부 인사들은 지나치게 두려움 가질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인류역사에 남을만한 팬데믹이 발생했다. 당시 그런 이야기를 했던 인사들은 현재 잘 생활하고 있고, 사람들은 누가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상당수 잊었다.

물론 누구나 앞날은 알 수 없고, 어떤 제도를 도입할 때 이것저것 따져 피해를 볼 수 있는 부분들을 최소화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누구나 찬성이나 반대와 같은 ‘주장’이나 ‘의견제시’ 정도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단순 주장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혹은 별 일이 아닐 것이라고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막연한 장밋빛 미래를 강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 우리 사회에 악영향을 준다.

지금 이 순간 주요 이슈들에 대해 어떤 정치인 및 학자가 그런 식으로 단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잘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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