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롯데·GS 등 대기업 바이오 진출 러쉬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바이오 산업이 폭발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국내 대기업들의 바이오 시장 진출 도전장이 잇따르고 있다. CJ, 롯데, GS 등이 대표적인 예다. 다만 바이오 산업 특성상 신약개발의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고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만큼, 장기적인 성장 모멘텀 발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달 초 롯데지주는 바이오를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키우기 위해 신규법인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다. 롯데가 주목한 바이오 분야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이다. 앞으로 10년간 2조5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10위권의 CDMO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다.

GS그룹도 미래성장동력 확보 일환으로 바이오 분야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를 낙점한 것이다. GS그룹은 국내 보툴리눔 톡신 1위 기업인 휴젤의 최대주주로 나서게 된 가운데 오너 4세인 허서홍 GS 부사장과 이태형 GS 전무(CFO) 등이 휴젤 기타 비상무이사로 합류했다. 

최근엔 싱가포르 백신 기업에 전략적 투자를 결정하며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활용된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에 주목했다. 이번 투자는 바이오 사업을 본격화한 GS가 차세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단행됐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CJ그룹은 올해 CJ바이오사이언스의 출범을 알리며 바이오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천랩 인수로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사업과 기존 레드바이오 자원을 통합한 CJ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하며 바이오 사업 재도전에 나섰다. 앞서 CJ그룹은 지난 2018년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을 한국콜마에 매각하며 제약 사업을 철수시킨 바 있다.

이 같은 대기업들의 잇따른 바이오 산업 진출에 대한 업계 평가는 엇갈리는 모습이다. 앞서 삼성은 CDMO 사업에서, SK는 백신·신약 개발과 CMO 부문에서 성공 사례를 보여주면서 타 대기업들의 바이오 시장 진출 자극제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 세계 엔데믹 기조 속 후발주자로 진출한 대기업들은 코로나19 특수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또 신약 개발은 수천억원의 연구개발 및 임상 비용과 10년~15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단기 수익을 노리긴 어려운 분야라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자금력을 가진 대기업이 기술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M&A)이나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방식으로 기존 바이오 기업들의 파이프라인을 인수하고 바이오벤처와 협력을 늘리면서 장기적인 시장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삼성과 SK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국내 바이오 시장을 진두지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오랜 투자와 연구개발(R&D)로 사업 규모를 점진적으로 늘려왔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성과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잇따른 대기업의 바이오 진출이 단순한 수익성 강화 차원에서의 사업 확장이 아닌,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투자로 중장기 결실을 목표로 해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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