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영장 청구
박근혜 정부 환경부 블랙리스트와 닮은 꼴···인사권 적법성 등 쟁점
영장 발부 땐 ‘문재인 청와대’ 수사 직진···기각 시 정치적 부담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부당개입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7일 오후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지법으로 이동하던 중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부당개입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7일 오후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지법으로 이동하던 중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구속기로에 놓이게 됐다. 해당 의혹은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기조와 연결돼 있는 사안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수사 종착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신용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5일 백 전 장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다. 검찰은 전날 백 전 장관이 재직시절 산업부 산하 기관장 13명으로부터 사직서 제출을 강요했다는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이 후임 기관장 임명과정에도 부적법하게 개입했다는 혐의도 적용했다.

쟁점은 장관에게 사표제출에 관한 일반적 직무권한이 인정되는지, 사표제출 요구가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인지, 직권남용과 사표제출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 등이다.

이번 사건과 판박이라고 불리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대법원은 산하 기관 임원에 대한 인사권이 장관의 직무권한에 속한다고 보면서, 공공기관 임원의 신분보장 규정에도 불구하고 사표를 제출하도록 한 것은 의무 없는 일을 하게한 것으로 인사권이라는 직권이 남용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후임 기관장 임명과정에 내정자들에 대한 지원을 지시한 행위 등은 심사업무의 적정성과 공정성을 방해한 것이라며 위력과 업무방해 사이의 인과관계도 인정했다.

결국 검찰이 직권남용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물증과 진술을 얼마나 입수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산업부 직원과 사퇴종용을 받았다는 공공기관장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영장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의혹의 시점이 문재인 정권 초기인 2017년 일이어서 검찰이 증거확보에 어려움이 클 것이라는 전망도 상당하다. 백 전 장관 역시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 5월19일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지시받고 움직이지 않았다. 항상 법과 규정을 준수하면서 업무처리를 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해명했다.

이번 수사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기조와도 맞물려 청와대 개입 여부를 밝히는 수순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공공기관장들의 사직서를 받은 것이 이 사건의 배경이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백 전 장관 단독으로 사표제출 요구 등을 결정하기 어렵고 ‘윗선’의 지시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문재인 정부의 또 다른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수사가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자유한국당은 통일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산하 기관장 블랙리스트 의혹도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백 전 장관에 대한 영장 발부 여부가 수사의 ‘분수령’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반대로 주요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해 영장이 기각될 경우 백 전 장관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될 공산이 크다. 검찰이 수사 동력을 상실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치적 비판 역시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을 지낸 한 법조인은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건을 적폐로 규정하고 검찰 수사를 통해 대대적으로 청산하면서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면서도 “검찰은 지난 3년간 이 사건을 방치하고 있다가 정권 교체 이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전 정권의 도덕성을 흠집 내기 위한 정치, 보복 수사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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