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적극적 진출로 작년 이어 올 1분기도 자산 줄어
현대캐피탈 "리스, 여신업 등 사업 다각화로 대응"
리스도 카드사 공세 커···대출 늘리면 리스크 관리 부담

자료=현대캐피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현대캐피탈이 카드사들의 공세로 인해 본업인 자동차할부금융 사업이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캐피탈은 리스, 여신업 등 다른 사업을 강화해 실적 성장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체 자산 가운데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자동차할부금융이 감소하는 것은 지속적인 성장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의 올해 3월 말 자동차할부금융자산 잔액(개별·채권원금 기준)은 13조9276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2% 줄었다. 작년부터 나타난 감소세가 올해까지 이어졌다. 

현대캐피탈의 자동차할부금융자산은 지난 2020년까지만 해도 계속 성장했다. 국내 최대 자동차 업체인 현대자동차의 전속 금융사의 지위 덕분에 자동차 할부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하지만 작년에 자산 규모가 1년 전 대비 6% 감소하면서 사업 부진을 겪고 있다. 

카드사들이 자동차할부금융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한 탓에 현대캐피탈의 주력 사업의 자산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인해 본업인 신용카드판매 수익이 쪼그라들고 있다. 실적 방어가 급한 카드사들은 자동차할부금융 등 신사업 개척에 나섰다. 지난해 말 8개 카드사의 자동차할부금융자산 잔액은 직전 연도 말 대비 13% 급증했다. 올해 1분기에도 이 추세는 이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캐피탈의 자동차할부금융자산은 전체 자산 가운데 가장 큰 비중(44.5%)을 차지한다. 최근 자산 규모가 감소하자 이에 대한 수익도 축소되고 있다. 올해 1분기 할부금융 수익은 1496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8% 줄었다. 그 결과 전체 수익에서 할부금융이 차지하는 비중(15.9%)도 작년 대비 1.6%포인트 감소했다. 현대캐피탈의 전체 수익원 가운데 가장 큰 하락폭이다. 

현대캐피탈은 자동차할부금융 시장 경쟁이 앞으로도 더 심화될 것이기에 나머지 사업에 집중해 실적을 늘린다는 전략을 세웠다. 리스 부문을 강화하고 중소기업과 개인 차주에게 대출을 내주는 여신업을 확대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에 리스자산과 대출채권 모두 늘었고 관련 이익도 증가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당기순익은 1081억원(개별 기준)으로 1년 전 대비 7% 늘어나는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핵심 사업의 축소는 향후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리스, 여신업 사업이 자동차할부 부문의 축소를 보완하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설명이다. 우선 리스 시장도 카드사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점이 문제다. 현대캐피탈은 1분기 리스이익이 늘었지만 리스채권 규모는 작년 말에 비해 오히려 1% 줄었다. 리스채권 자산이 계속 감소하면 이로부터 거두는 이자 및 수수료수익도 줄어든다.

대출자산도 마냥 확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리스크 관리에 대한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2금융권인 캐피탈사로부터 대출을 받는 개인과 중소기업 고객의 경우 보통 상대적으로 신용점수가 낮다. 특히 신용대출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은 부실화될 경우 손실 규모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안전한 담보를 기반으로 하는 자동차 금융 시장을 대체하기엔 위험 정도가 크다는 평가다. 

현대캐피탈의 자산건전성은 올해 들어 악화됐다. 3월 말 전체 여신 가운데 1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의 비중(연체율)은 0.98%로 같은 기간 0.04%포인트 늘었다. 연체율의 악화는 대출자산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대출자산의 연체율(1.74%)은 0.08%포인트 올랐다. 전체 여신의 하위 항목(자동차할부금융, 리스, 대출)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폭이다. 자산건전성이 악화되면 비용 항목인 대손충당금도 불어나 전체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현대캐피탈이 지난 7일 자동차 할부 프로모션을 대폭 확대한 것도 사업 축소에 대한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현대캐피탈은 지난달까지 현대자동차, 기아 전 차종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6개월 무이자 할부 프로모션' 기간을 12개월까지 대폭 늘렸다. 또 무이자 프로모션 적용 차종에 제네시스를 추가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자동차할부금융 시장은 경쟁자가 늘어나 점유율 늘리기가 쉽지 않지만 고객 입장에선 선택지가 다양해진다는 이점도 있다”라며 “시장 변화에 맞춰 다른 사업을 강화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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