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연한 넘긴 아파트 서울에만 30여가구
규제완화 이후에는 심사 결과 받기까지 지체될 우려에 속도전 돌입

서울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속도조절론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추진단지들이 안전진단 신청을 서두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재건축 추진단지들이 전력질주를 하고 있다. 정부가 집값 상승을 지양하는 차원에서 속도를 조절하고 있지만 서울 곳곳의 재건축 추진위는 아랑곳 않고 잇달아 안전진단 신청을 내는 것이다. 최근 주택거래가 급감하거나 집값 조정 신호를 보이는 등 침체된 분위기를 보이자 정부의 규제완화에 대비해 사업 추진을 이어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DMC한양아파트는 지난달 말 자치구청에 1차 정밀안전진단 적정성 검토를 요청했다. 지난해 10월 1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지 7개월 만이다. 업계에서는 이 단지가 D등급 53.45점의 낮은 점수로 1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만큼 2차 정밀안전진단 역시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인근에서 2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성산시영(53.87점) 보다 점수가 낮다. 점수가 낮을수록 노후도가 높아 재건축의 필요성이 더 높은 것으로 인정된다.

도봉구 창동 상아아파트도 긴 경주를 위해 일찌감치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지난해 5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고 꼬박 1년 만인 지난달 중순 1차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했다. 이 단지는 1987년 준공해 도봉구에서 가장 오래된 단지로,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인근 주공2단지·상아2차와 통합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재건축을 추진 중이지만 모금이 빨리된 점, 단지 내 30% 안팎이 준주거지역인 점 등으로 추진의지와 사업성이 높은 점을 들며 사업이 초반 재건축 추진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임광아파트도 최근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해 1차 정밀안전 신청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안전진단 신청 단지가 늘어난 대표적 이유로 규제완화 기대감을 꼽는다. 정부는 앞서 대통령 후보당시 공약으로 안전진단 평가 항목의 가중치를 바꾸며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했다가 규제 완화로 발생할 수 있는 집값 상승을 지양하는 차원에서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다만 정비업계에서는 집값 고점 인식, 금리인상 등으로 시장 분위기가 침체되고 있는 점을 들어 예상보다 더 빨리 이루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된 것이다. 실제 안전진단 평가기준은 국토교통부가 시행령만 바꾸면 바로 시행이 가능하다.

이처럼 물 들어왔을 때 노 젓는다는 심산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장이 많다. 이전정부와 현 정부의 적정성검토 통과 사업장 변화만 봐도 눈에 띄게 차이가 나서다. 2018년 이후 서울에서 적정성 검토를 통과한 단지는 단 4곳에 불과했다. 반면 지난 정부에서 수차례 적정성 검토과정에서 보완을 요구받으며 문턱에서 추진이 좌절됐으나 대선 직후인 3월 30일 적정성 검토가 통과됐다.

앞으로는 재건축 추진단지가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재건축 속도전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안전진단은 예비안전진단→1차 정밀안전진단→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 순으로 진행된다. 이 가운데 2차 정밀안전진단은 지자체 현지조사나 민간이 아닌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국토안전관리원 등 공공기관에서만 수행할 수 있다. 다만 최근에는 2차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하는 재건축 추진단지가 증가하며 일정도 밀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안전진단 기준 완화로 서울시내 재건축 연한 30년을 채운 노후 단지 30만 가구 이상이 재건축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추진단지가 늘어 정밀안전진단에 대한 심사가 늦어지는데 내년이 되면 더 안전진단 결과를 통보받기 까지 지체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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