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매매수급지수도 4주 연속 하락세
양도세 중과유예 기한에라도 처분하기 위해 여전히 매도 시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인근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인근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과세 기산일인 6월 1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전국의 아파트 매물이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예년 같으면 집주인들이 보유세 절세를 위해 6월 1일 이전에 급매물로 내놓고 매도를 하면서 그 이후에는 매물이 소강상태를 보였는데, 올 해에는 여전히 시장에 매물이 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그 이유로 집주인들이 매도에 실패하며 보유세 절세는 누리지 못하게 됐지만, 여전히 매도 계획을 갖고 양도소득세 중과 1년 한시 배제 조치 혜택이라도 받으려는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5일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5일 전인 지난달 31일 대비 대비 이날 전국 17개 시·도 아파트 매물은 일제히 증가했다.

시도별로는 광주가 5일 전 대비 6.2% 늘어나며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고 제주(5.2%), 경남(3.3%), 충남(3.1%), 대전·경북·부산(각 2.7%)가 그 뒤를 이었다. 수도권인 서울(2.4%)와 인천·경기(각각 2.5%)도 매물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현행 지방세법과 종부세법에 따르면 6월 1일에 보유한 자산을 기준으로 그 해 재산세와 보유세 등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한다. 때문에 이날 이전에 급매로 주택을 처분하려는 이들 때문에 4~5월에는 절세 목적의 매물이 증가했다가 6월 접어들면서 매물이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었다.

다만 올해는 새 정부가 지난달 10일부터 1년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1년 한시 배제 조치를 시행하면서, 양도세라도 줄여보고자 하는 이들이 매물을 여전히 시장에 내놓고 있어 매물량 상승 추세를 그리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수치상으로 봐도 매도 계획을 갖고 있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매매수급지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조치가 시행된 5월 둘째 주 이후 4주 연속(91.1→91.0→90.8→90.6→90.2)으로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주택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또 금융권의 고강도 대출규제와 금리인상도 거래감소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가 15억원을 조과하는 주택을 매수할 때에는 주택담보대출이 불가하다.

또 올해부터 총 대출액 2억원을 초과하는 대출자에게 개인별 DSR 규제가 1금융권은 40%, 제2금융권은 50%로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다음 달부터 개인별 DSR 규제 대상을 총 대출액 1억원 초과 대출자로 더 강화할 예정이다.

규제강화로 인해 유례없는 거래가뭄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파트 매매거래는 6억원 이하의 저가 아파트에만 몰리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2일까지 등록된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1061건 가운데 매매가격 6억원 이하가 452건에 달했다. 또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에서 6억원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42.6%)은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하반기에도 주택시장은 매수활력이 저하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대출규제, 금리 인상, 경제 성장률 둔화, 가격 고점 인식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매수자들의 관망 속에 실수요자 중심의 중저가 거래만 이뤄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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