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억4000만달러 순매수···작년 12월 이후 최대 규모
오너리스크가 주가에 부정적 영향 미치고 있지만 저가매수 기회로 판단한듯···외국 주식시장에 눈을 돌리는 투자자도 늘어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 사진=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테슬라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서학개미들이 지난달 1조원 넘게 매수하는 등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민주당 비판 발언, 성추행 논란, 트위터 인수 등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이를 저가매수의 기회로 판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국내 주식시장이 하락장을 보이고, 루나 등 가상자산 가치가 부침을 겪으면서 외국 주식시장에 눈을 돌리는 투자자도 늘어난 영향으로 해석된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구매한 해외주식 종목은 테슬라로 집계됐다. 테슬라 순매수 규모만 10억3500만달러다. 이는 한화 약 1조2900억원 수준이다.

이는 올해 들어 월별 기준 가장 많은 순매수액이다. 이에 따라 이달 1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테슬라 보유액은 126억9400만달러로 한화 15조8300억원이 됐다.

고공행진하던 테슬라의 주가는 지난 한 달 동안 약 13%나 하락했다. 연초에 견줬을 때에는 하락세가 28%를 넘어서는 등 고전한 것이다.

주가가 지지부진한 주된 요인으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연일 트위터에서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에 대해 맹렬한 비판 발언을 쏟아낸 게 꼽힌다. 머스크는 지난달 중순 트위터에서 “(민주당은 현재) 분열과 증오의 정당이 됐다. 더는 민주당을 지지할 수 없고 공화당에 투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민주당과 지지자의 공분을 샀다. 민주당 비판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머스크는 또 “테슬라가 나머지 미국 자동차산업 전체보다 2배 많은 전기차를 만들었는데도 이 행정부는 테슬라를 열외로 밀어내고 무시하기 위해 모든 짓을 다 했다”고도 힐난했다.

이 여파인지 테슬라는 미국 주가지수 제공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다우존스(이하 S&P)의 S&P500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지수에서 빠지기도 했다.

오너 리스크는 이뿐만 아니다. 비슷한 시기인 지난달 중순 미국의 한 경제매체의 보도로 머스크가 2016년 런던으로 향하던 스페이스X 소속 전용 제트기에서 여성 승무원을 성추행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에 앞서 4월에는 440억달러(약 56조원) 규모의 트위터 인수를 두고 오락가락 발언을 한 점도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며 주가는 출렁임을 보였다.

다만 가격하락은 되레 투자자들의 매수 진입장벽을 낮추는 기회가 됐다. 블룸버그는 지난 3일 “자체 계산 결과, 한국 투자자들은 테슬라 시총의 1.5%가량을 소유해 일론 머스크를 제외하고 5번째로 큰 주주 그룹이 됐다”고 보도했다.

한편, 서학개미들은 테슬라 외에 ▲프로셰어스 울트라프로 QQQ ETF(TQQQ) 4억2800만달러(약 5300억원) ▲애플 1억5200만달러(약 1900억원)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스 불 3X SHS ETF(6900만달러·약 900억원) ▲미국 양자컴퓨터 스타트업 IONQ(5300만달러·약 700억원) 등 미국 빅테크 관련 종목과 상장지수펀드(ETF)를 많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국 성장주에 대해서도 신중한 투자를 권고하고 있다.

유승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반등하면 성장주 역시 일부 가격 복원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성장주를 회복된 가격에 차익 실현하며 얻은 자금은 높은 수익률을 향유할 수 있는 곳에 배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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