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 성공, 향후 4년간 정책 지속성 얻어
신속통합기획·모아타운 등 주택 정책 탄력
국민의힘 과반 시의회·구청장, 힘 실어줄 듯

/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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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4선에 성공하면서 그동안 추진했던 부동산 정책도 탄력을 받게 됐다.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에 추진력이 더해지고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세운지구 등도 사업 동력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의힘이 과반을 차지한 서울시의회도 ‘오세훈표’ 부동산 정책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오 시장은 지난 1년간 시장으로 재임하며 내놓은 주택정책은 ▲공공이 민간 정비사업을 지원해 기간을 단축하는 ‘신속통합기획’ ▲다가구∙다세대 밀집 지역의 정비사업을 지원하는 ‘모아주택·모아타운’ ▲ 서울형 고품질 임대주택 공급 등이 있다.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으로 주택 공급 물량을 확대하고 취약계층을 위한 임대주택 고급화를 본격 추진하는 게 오 시장의 핵심 구상이다.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신속통합기획이다. 신속통합기획은 지난해 5월 도입돼 현재 서울 53개 구역에서 추진되고 있다. 현재까지 재건축∙재개발 각각 한 곳씩만 정비 구역 지정이 완료돼 진행이 더디다는 평가가 있었으나 오 시장이 연임에 성공하며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강변 35층 룰 폐지와 용적률 규제 완화를 명시한 ‘2040서울도시기본계획’까지 연말 정식 고시되면 초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는 만큼 신속통합기획에 참여하는 단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신속통합기획 주요 대상지인 압구정 2·3·4·5구역과 여의도 시범, 송파구 장미·한양 2차 등은 설계 작업에 착수한 상황이다.

모아타운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모아주택은 소규모 필지를 보유한 토지주들이 모여 공동주택을 짓도록 하는 소규모 정비사업이다. 모아타운은 블록 단위 모아주택을 확장한 개념이다. 서울시는 강북구 번동과 중랑구 면목동 일대 등 모아타운 대상지 12곳을 선정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올해부터 5년간 매년 20곳씩 지정해 총 3만호 규모 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서울형 고품질 임대주택도 도입된다. 오 시장은 주거 면적을 1.5배로 넓히고 3~4인 가구를 위한 전용면적 60㎡ 이상 중형 주택 공급을 늘리고 민간 분양 아파트 수준의 고급 자재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세운지구 등 도심 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오 시장은 지난 4월 발표한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통해 종묘에서 퇴계로로 이어지는 종로구 세운지구 일대(44만㎡)를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종묘와 퇴계로 일대 건물 높이 제한을 완화해 고밀·복합 개발하고 주변에 마포구 연남동 '연트럴파크' 대비 4배가 넘는 약 14만㎡의 녹지·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용산구 내 용산정비창 부지를 활용한 용산 국제업무지구 프로젝트 부활도 예고되고 있다. 코레일이 소유 중인 용산정비창 부지 면적은 51만㎡에 달한다. 과거 오 시장 재임 시절인 2007년 31조원 규모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추진됐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좌초됐다. 전임 정부가 공공임대 아파트 1만호 공급계획을 세웠으나 오 시장이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사실상 백지화된 상태다. 용산정비창 부지의 주택 비중을 줄이고 상업·업무 기능을 강화하는 도시계획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지 내 주택 공급 비중을 건물 연면적의 30% 이내로 제한하고 업무시설을 확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서울시의회가 국민의힘으로 재편되면서 ‘지천 르네상스’ 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지천 르네상스는 도림천∙정릉천∙홍제천 등 서울 전역의 지천을 시민을 위한 일상 공간으로 재편하는 사업이다. 그동안 민주당 소속 의원이 장악한 시의회의 반대로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시의회 112석 중 76석을 국민의힘이 차지하면서 숨통이 트이게 됐다. 시의회 권력구도가 국민의힘으로 재편된 건 한나라당 시절인 2006년 이후 처음이다. 서울시 정책·예산·조례 등을 심의·의결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시의회의에서 국민의힘이 주도권을 가져감에 따라 같은 당 소속 오 시장의 시정 추진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를 비롯해 재개발·재건축 이슈가 많은 용산, 종로, 강서 등의 구청장이 모두 국민의힘 소속으로 바뀐 점도 오 시장에게 원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서울 25개 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17곳에서 당선됐다.

시장에선 이전 정부에서 추진됐던 공공재개발·공공재건축이 추진 동력을 잃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선거 결과로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 등 지금까지 서울시가 추진하던 정책들이 향후 4년 간 지속성을 얻게 됐다”며 “반면 종전의 공공재개발·공공재건축은 추진력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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