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강력한 초기 방역으로 팬데믹 막아야”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대유행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원숭이두창이라는 새로운 감염병이 등장했다. '제2의 팬데믹' 우려는 기우라는 평가가 있지만,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는 빠르게 늘고 있다.

2일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 30여개국에서 550명 이상의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7일 영국에서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가 처음으로 보고된 이후 27일 만이다.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현재 아시아 국가를 제외한 전 대륙에서 모두 발병했다.

원숭이두창은 천연두와 유사한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중·서부 아프리카에서 풍토병화됐다. 발열과 두통, 근육통, 수포성 발질 등 증상이 2~4주간 지속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자 WHO는 지난달 31일 올 여름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 각지에 원숭이두창이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민 반응’할 필요가 없다며 안일한 입장을 고수하던 때와는 다소 달라진 모습이다.

실비 브라이언드 WHO 글로벌 감염 대응국장은 앞서 같은달 2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한 관련 브리핑에서 “원숭이두창은 코로나19와 달라 대규모 전파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공언했다. 코로나19보다 전염력이 낮아 팬데믹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는 판단이었다. 치료제와 백신 등이 이미 상용화되고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비판과 우려가 커지자 WHO는 최근 원숭이두창의 위험평가를 ‘2단계 보통위험’으로 격상했다. WHO 위험평가 분류 항목은 0단계 매우 낮은 위험 △1단계 낮은 위험 △2단계 보통 위험 △3단계 높은 위험 △4단계 매우 높은 위험 등 5가지다.

질병관리청도 원숭이두창을 코로나19와 같은 '2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하고, 오는 8월 발령을 위해 고시 개정 절차에 돌입했다. 원숭이두창의 국내 유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WHO의 발표처럼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처럼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지 않는 만큼, 확산의 심각성이 비교적 낮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경험한 우리는 마냥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이들 전문가도 늑장 대응으로 피해를 키웠던 2년 전 코로나19 팬데믹을 답습해선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첫 보고 이후 전 세계로 퍼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2~3개월 정도였다. 세계화로 어느 누구든 세계 각국을 자유롭게 오가는 시대가 된 지금, 팬데믹에는 더 가혹한 조건이 됐다. 그때의 전철을 또다시 밟지 않기 위해선 강력한 '초기 방역'만이 최선의 방법이다. 방역의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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