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로 국민연금 국내주식 비중축소 작업 불가피
국민연금 장기간 매도시 국내증시 장기투자 수익률 저하
MSCI선진국지수·디폴트옵션은 국민연금 위한 수급대책인가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국민연금이 발표한 2023∼2027년 중기자산배분안을 계획을 보고 ‘헬조선’에서는 서학개미만이 살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중기자산배분안은 국민연금이 매년 제시하는 5년 단위 운용전략이다. 국민연금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27일 ‘2023∼2027년 국민연금기금운용 중기자산배분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의결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국내자산(주식+채권) 비중 축소는 계속된다. 지난해 의결안에서는 2026년까지 국내주식 비중을 14.5%까지 줄이기로 했는데 올해는 2027년 국내주식 비중 목표치로 14.0%를 결정했다. 2027년에도 국내주식 비중을 낮추는 작업은 지속하겠다는 뜻이다.

국민연금의 올해말 국내주식 목표 비중은 16.3%다. 올해 3월말 국내주식 비중은 16.9%(157조원)이기에 추가로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 말에는 15.9%까지 줄일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해외주식 비중을 급격히 늘리기로 했다.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비중은 올해말 27.8%에서 내년 30.3%로 늘어나고 2027년에는 40.3%까지 확대된다.

국민연금이 왜 이럴까. 해외주식 수익률이 더 높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이유가 더 크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훗날 국민연금이 고갈되기 때문이다. 올해 기준 2039년부터 근로자들이 내는 국민연금보다 은퇴자들에게 지급하는 연금지급액이 더 많아지고 2055년을 전후해 국민연금은 고갈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보유자산을 팔아서 가입자들에게 지급할 연금 재원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내 증시에서 국민연금이 보유주식을 한꺼번에 매도하면 최악의 폭락장이 불가피하다.

결국 국민연금은 국내주식을 장기간에 걸쳐서 해외주식, 특히 미국주식으로 바꿔놓은 다음 팔아야 한다. 세계 최대 미국증시만이 국민연금의 막대한 주식매도물량을 소화해낼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살펴보면 정부가 뜬금없이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추진하고 디폴트옵션 등 퇴직연금 제도 개편에 나섰던 배경이 결국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매도를 받쳐줄 수급이 필요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음모론 같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누군가는 국민연금의 내놓는 국내주식 매물을 받아줘야 한다. 정부 관료들이 생각하기에 MSCI 선진국 지수 자금이나 월급쟁이들의 퇴직금 외에는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매도물량을 받아줄 수급 대안이 없었던 것이 아닐까. 실제로 다른 대안이 쉽게 생각나지 않는다.

실제로 올해 7월부터는 디폴트옵션 제도가 시행된다. 디폴트옵션은 DC형·IRP형 퇴직연금에서 가입자의 운용 지시가 없을시 회사와 근로자가 미리 정한 방식으로 퇴직금을 투자하는 제도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현재 최대 70%까지만 편입할 수 있는 펀드형 디폴트옵션이 100%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퇴직연금 감독규정 개정안 규정 변경을 예고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7월부터 근로자들의 퇴직연금을 운용하면서 받을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생각하면서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다.

디폴트옵션으로 근로자들의 퇴직연금이 높은 수익률을 내면 다행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떠나는 국내 증시에서 퇴직연금이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기업으로 보면 국민연금은 국내증시의 최대주주다. 최대주주가 장기간에 걸쳐 보유지분을 줄이는데 기업주가가 우상향할 것이라는 논리는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탈출구가 없을까 고민해보니 서학개미만이 살길이라는 확신이 든다. 적어도 국민연금은 2039년까지는 매년 미국주식을 수십조원씩 매수할 것이 아닌가.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안이 통과되고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성사되지 않는 한 장기투자는 ‘국장’보다는 ‘미장’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퇴직연금 역시 확정급여형(DB형) 아니면 DC형이라도 원리금 보장형으로 선택해야 안전할 것이다. 만약 원리금 보장형이 아닌 퇴직연금에서 운용손실이 난다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는 늘 그래왔듯이 이렇게 말할 것이다. “투자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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