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임금피크제 무효 기준 제시에 줄소송 전망
임금채권 소멸시효 3년···‘불법행위’ 입증하면 10년 전 임금까지 청구
소송 쟁점도 변화···불이익 변경 절차 하자→불합리한 차별 존재 여부

지난 26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외벽 모니터의 고령자 계속 고용장려금 광고. / 사진=연합뉴스
지난 26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외벽 모니터의 고령자 계속 고용장려금 광고.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대법원이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한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며 위법성 판단 기준을 제시하면서 임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대상과 범위에 관심이 모인다.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는 3년이지만, 무효인 임금피크제를 적용한 것을 ‘불법행위’라는 점까지 입증한다면 최대 10년까지 임금삭감분에 대한 청구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전날(26일)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고령자고용법 관련 조항이 강행규정이라고 확인하면서 ‘합리적 이유가 없이’ 연령만을 기준으로 적용된 임금피크제는 노사 합의가 있었더라도 무효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무효로 본 임금피크제는 ▲수행하는 업무 내용이 동일함에도 ▲정년 연장 없이 ▲나이를 기준으로 적용한 사례다. 이와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된 임금피크제는 판례에 따라 무효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임금피크제로 깎인 임금을 받기 위해서는 소송이 전제된다. 회사가 자발적으로 소급해 지급하는 것은 아니다. 근로기준법상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는 3년으로 3년 이상 지난 임금에 대해서는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전날 대법원 판결 당사자 역시 2011년 4월부터 퇴직 시점인 2014년 9월까지의 삭감 임금을 지급해 달라고 청구했으나, 최종적으로는 2011년 10월 이후 기간만 인정됐다. 그는 2014년 9월 말 소송을 제기했는데 임금채권의 ‘3년 시효’가 적용된 것이다.

임금피크제 적용이 불법이었다면 최대 10년까지 임금 삭감분에 대한 청구도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노동 사건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시효는 10년으로 임금채권 시효에 비해 길다”며 “무효인 임금피크제를 적용한 것을 ‘불법행위’로 인정받는다면 10년간 임금 삭감분에 대해 청구도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무강도를 낮추거나 정년 연장을 해주는 노사가 형평성 갖춰 합의에 이른다면 무효가 아니라는 판단이 나올 수도 있다.

우리나라 임금피크제는 2005년 12월30일 고용보험법시행령에 의한 보전수당지급을 계기로 개별기업 차원에서 기업의 특성과 상황을 고려해 부분적으로 도입되어 왔다. 주요 대기업 중 LG전자는 2007년부터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를 도입했고,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텔레콤 등도 2014∼2015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만60세 정년제를 도입한 300인 이상 사업체의 52%(1420곳)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300인 미만 사업체의 도입률은 21.8%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지금까지 임금피크제 소송은 집단적 동의를 받아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취업규칙이 변경되는 경우, 개별 근로계약의 내용 역시 변경되는지 여부(절차적 요건)가 쟁점이 됐다”며 “앞으로는 대법원이 제시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 여부(실체적 유효 요건)를 놓고 다투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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