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發 경기 불황과 대출 규제 강화로 수요 증가
KB국민카드, 리볼빙 자산 1위···"연체율 안정적으로 관리 중"
롯데카드, 최고 리볼빙 수수료율 적용···"원가 구조 및 회원 포트폴리오 구성 차이"
가계부채 매해 100조원 이상 증가, 부실뇌관 가능성 지적···"경제적 능력과 상황 따라 서비스 이용 바람직"

카드사별 리볼빙 자산 규모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카드사별 리볼빙 자산 규모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신용카드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자산이 1년 새 급증한 가운데 잔액 규모는 KB국민카드가 7개 전업 카드사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카드는 최고 리볼빙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신한·KB국민·우리·하나·삼성·롯데·현대)의 리볼빙 카드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5조416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0년 말 13조1944억원 대비 16.8% 늘었다. 증가율로만 보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6.3%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서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볼빙 서비스는 일시불로 물건을 산 후 대금의 일부를 먼저 결제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갚는 결제 방식이다. 카드를 긁을 때 분할 결제 기간을 정하는 할부와 달리 일시불로 결제한 뒤 납부 시점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채무자가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만큼 연체 부담을 줄이고 상환 기간을 늘릴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지만 그만큼 높은 금리가 부과된다. 당장은 카드값 상환 부담을 덜 수 있지만 채무불이행 리스크를 키울 수 있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7개 전업 카드사 중 자산 규모로는 KB국민카드(3조6000억원)가 리볼빙 잔액이 가장 많았다. 이어 현대카드가 3조2700억원, 삼성카드 2조3700억원, 신한카드 2조3500억원 순이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기 불황과 대출 규제 강화로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연체율은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 중 리볼빙 자산이 가장 급증한 곳은 현대카드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말 리볼빙 자산이 2020년 대비 5678억원 증가했다. 

리볼빙 서비스는 수수료율이 높기 때문에 주로 일시적으로 상환능력이 떨어진 고객들이 이용한다. 리볼빙 이용이 증가했다는 것은 월소득 대비 상환능력이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적극 리볼빙 마케팅을 한다고 해도 필요 없는 고객들은 리볼빙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드사별 리볼빙 평균 수수료율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카드사별 리볼빙 평균 수수료율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7개 카드사의 지난 3월 말 기준 리볼빙 평균금리는 14.83~18.52%에 분포했다. 하나카드가 가장 낮았고 롯데카드가 가장 높은 금리를 부여했다. KCB 기준 신용점수 900점을 초과하는 고신용자들의 경우에도 11.91%(하나카드)~17.06%(롯데카드) 수준의 금리가 적용돼 이자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금융사별 원가 구조 및 이용회원 포트폴리오 구성이 다르다보니 평균 금리에 차이가 있다"며 "면밀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리스크 지표가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리볼빙은 수수료가 높고 신용카드 결제금액 이월에 따른 상환 부담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가계대출 건전성 측면에서 금융당국이 예의주시하는 지표 중 하나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가계신용잔액은 지난해 1862조1000억원으로 2020년(1726조1000억원) 대비 136조원(7.8%) 늘었다. 지난 2019년부터 가계부채는 매해 100조원 이상 증가했다. 가계부채가 매우 크게 불어나 있는 상황에서 리볼빙이 부실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리볼빙 금액이 연체될 경우 최대 3%의 가산금리가 적용돼 더 비싼 연체이자율이 부담된다. 지속적인 리볼빙 사용으로 결제할 대금이 불어나면 카드사들은 계약 만료 기간이 도래하기 전에 고객에게 모든 대출금에 대한 변제를 요구할 수 있다. 개인신용평가회사에 따르면 리볼빙 이용자 대부분이 신용점수 530점(KCB 기준 7등급)~697점(6등급) 구간을 중심으로 분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적절하게 리볼빙을 사용할 경우 자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이용 기간이 길어지고 이월한 금액이 늘어날수록 상환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본인의 경제적 능력과 상황에 따라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