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울렛 가산점, 이달 초 신세계 팩토리스토어 입점
위탁경영으로 운영···수익 효율화 위해 경쟁사 품은 듯

현대아울렛 가산점 1층에 입점된 신세계 팩토리스토어. / 사진=한다원 기자
현대아울렛 가산점 1층에 입점된 신세계 팩토리스토어. / 사진=한다원 기자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신세계·현대백화점이 유명 브랜드 상품을 아웃렛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오프프라이스(Off Price) 사업에 공들이고 있다. 신세계와 현대가 오프프라이스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현대아울렛에 경쟁사인 신세계의 오프프라이스 스토어가 입점해 주목받고 있다. 현대아울렛이 오프웍스 대신 이례적으로 경쟁사인 신세계 팩토리스토어를 품은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현대백화점은 각각 신세계 팩토리스토어, 오프웍스로 오프프라이스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해 6월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기흥점에서 시범적으로 오프프라이스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바 있다. 롯데백화점은 해외 명품 병행수입 편집 매장 탑스를 운영하고 있으나 시즌 상품을 할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프프라이스와는 거리가 멀어 오프프라이스는 신세계와 현대 두 축으로 경쟁을 펴고 있다.

오프프라이스는 명품·준명품 해외 유명 브랜드의 이월 상품을 유통업체가 직접 매입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형식으로, 2000년대 초 미국에서 시작된 사업이다. 이월 상품 할인율은 판매가 대비 30~80%로 기존 아웃렛 할인율(30~50%)보다 높다.

신세계와 현대는 오프프라이스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2017년 첫 출범한 신세계 팩토리스토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가량 신장했고, 2019년 오프웍스로 오프프라이스 사업을 전개하는 현대백화점 역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30%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신세계 팩토리스토어를 현재 13개 점포로 운영하고 있고, 오프웍스는 4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프프라이스는 이월 상품 직매입으로 백화점들이 유명 브랜드 재고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온라인몰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 미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신세계 팩토리스토어 내부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신세계 팩토리스토어 내부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주목할 점은 이달 초 현대아울렛 가산점에 오프웍스 대신 신세계 팩토리스토어가 입점했다는 것이다. 현대아울렛에 입점한 신세계 팩토리스토어는 폴로 랄프로렌·막스마라·겐조·오프화이트·발렌시아가 등 16개 해외브랜드와 여성·남성 의류, 라이프스타일, 해외명품잡화 등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경쟁사 입점에 대해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입점 수요에 의한 것”이라고 했고,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MD 개편을 통한 브랜드 강화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대아울렛에 오프웍스가 아닌 경쟁사 오프프라이스 브랜드가 입점했다는 것을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아울렛 가산점 운영 방식이 위탁경영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경쟁사를 입점시킬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현대백화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아울렛 가산점은 위탁경영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보유한 아웃렛 중 위탁경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은 현대아울렛 가산점이 유일하다.

현대백화점은 2014년 5월 한라건설이 운영해온 가산동 복합쇼핑몰 하이힐의 위탁경영을 맡아 매장구성을 변경하고 ‘현대아울렛 가산점’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위탁경영 점포는 상대적으로 이익기여도가 미미하고, 아웃렛 영업이익의 10%를 한라건설이 가져가고 있는 만큼 현대백화점도 사업적인 판단에서 자사 브랜드 대신 경쟁사인 신세계 팩토리스토어를 입점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신세계 팩토리스토어와 오프웍스의 운영 구조가 다르다. 신세계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브랜드와 분더샵의 이월 상품이나 재고를 신세계 팩토리스토어에서 판매하고 있다. 즉 신세계는 직매입뿐 아니라 자사 브랜드 재고를 신세계 팩토리스토어에서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현대의 오프웍스는 전략적으로 상품을 직매입해 판매하고 있어 현대아울렛 이익을 더하기 위해서는 오프웍스보다 신세계 팩토리스토어를 입점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에게 쌓여가는 재고는 결국 빚”이라며 “수익수조만 보면 재고를 처리하는 것이 엄청난 효과를 보기 때문에 현대가 오프웍스 대신 신세계 팩토리스토어를 들였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