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에겐 갈수록 엄격해지고 정치인 및 흉악범들 앞에선 약해지는 ‘한국식 법치’
법조인 출신 윤석열 대통령, ‘법치주의 정상화’ 하나는 이뤄내길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지난 정권에서 유독 기업 및 기업인들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 것은 분명하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경제발전을 위해 기업 총수, 대기업에 상당부분 면제부를 준 것도 사실이기에 성역 없는 법집행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 부분도 있다고 본다. 물론 중대재해처벌법 처럼 논란인 것들도 있지만 과거 관행처럼 하던 잘못된 부분들에 대해 손질하는 건 일종의 정상화다.

그런데 엄격한 법적용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여전히 자유로워 보이는 집단들이 눈에 보인다.

우선 정치권이다. 기업인들이 법 앞에 더 조심하게 된 것과 상반되게 정치인들은 반대로 가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을 온갖 매체를 통해 이야기하고 그 결과에 대해 별 책임도 지지 않는다. 그나마 과거엔 뭔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이라도 보였는데 최근 몇 년을 보면 사과도 제대로 안 한다.

갑자기 언론들이 가짜뉴스를 양산한다며 언론중재법 도입을 강행하려다 국제사회 우려까지 불러일으켰는데, 정작 자신들은 사실인지 확인도 덜된 불명확한 이야기들을 언론에 나와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하고 있다. 심지어 법으로 자신들의 잘못이 사실로 드러난 부분도 오히려 큰소리를 치거나 방어하려는 행태를 보인다.

살인, 강도, 성폭행 등을 일삼은 강력범들도 갈수록 엄격한 법집행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들은 아직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반성문을 썼다는 이유로, 초범이란 이유로,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이유 등등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이끌어내고 있다. 오히려 피해자가 계속 더 불안해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아이러니한 세상이다. 피해자들에게 해줄 위로는 “그냥 너가 운이 없었던 거야. 그저 숨어서 조심히 살아”라는 이야기뿐이다.

경찰관들은 테이저건 사용 등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정당한 공권력을 수행할 때조차 뭔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한다. 몇몇 진보나 인권을 표장하는 단체들도 어찌 된 것이 범죄자들 인권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경제인들에 대해선 ‘처벌이 약해서 죄를 짓는다’고 주장이 존재하는 마당에 강력 범죄자들에 대해선 ‘처벌 강화가 문제해결을 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현실이다. 오죽하면 범죄자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어차피 잡혀도 몇 년 살면 그만이다” 혹은 “소년범이라 처벌도 안 된다”고 말했던 사례들이 알려지겠나.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중 많은 것을 하겠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다른 건 몰라도 ‘법치주의의 정상화’ 하나는 기대해 보고 싶다. 적어도 법조인 출신이고 온갖 범죄를 가까이서 지켜봐 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처사나 각종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도 좋지 않은 만큼 임기 중 ‘법치주의 정상화’만큼은 자신 있게 밀고 가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선택적으로 엄격한 법치는 법치가 아니라, 정치 행위다. 이런 법치 아닌 법치는 이 정부에서 이만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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