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첫 시정연설서 국회 협조 당부···“높은 금리·물가 취약계층 고통”
IPEF·연금·노동개혁도 언급···초과세수·물가 안정 예산 등 국회 쟁점 관측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의 신속한 처리를 요청하는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의 신속한 처리를 요청하는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시정연설에서 대내외 경제여건이 위기를 맞고 있다며 초당적 협조를 요청했다. 코로나 방역으로 생긴 손실보상, 물가와 금리 등 최근 경제 상황으로 인한 취약계층 어려움 등을 거론하며 추가경정예산안 필요성을 강조했다. 추경 편성에 있어 세수추계 오류와 손실보상 소급 적용 등에 있어선 여야간 의견차가 있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2022년도 2차 추경안 시정연설에서 국내외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 의식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탈냉전 이후 지난 30여 년간 지속되어 오던 국제 정치·경제 질서가 급변하고 있다”며 “정치, 경제, 군사적 주도권을 놓고 벌어지는 지정학적 갈등은 산업과 자원의 무기화와 공급망의 블록화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언급, 이러한 글로벌 정치경제의 변화는 수출로 성장해 온 우리 경제에 큰 도전이라고 밝혔다.

금리 등 금융시장 불안과 물가 상승, 코로나 사태로 취약계층이 겪는 고통도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금리 인상과 유동성 축소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금융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높은 물가와 금리는 취약계층에게 더 큰 고통을 준다”며 “방역 위기를 버티는 동안 눈덩이처럼 불어난 손실만으로도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에게는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지속 가능한 복지제도를 구현하고 빈틈없는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려면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며 “세계적인 산업구조의 대변혁 과정에서 경쟁력을 제고하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노동 개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번주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대해선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통한 글로벌 공급망 협력 방안과 디지털 경제와 탄소 중립 등 다양한 경제 안보에 관련된 사안이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주요국과 경제 안보 협력을 확대하고 국제 규범 형성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 표=김은실 디자이너
/ 표=김은실 디자이너

◇추경, 온전한 손실보상·민생 안정 중점···초과세수 격론 예고

윤 대통령은 이번 추경이 소상공인 손실의 온전한 보상과 민생안정을 감안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금리와 물가 등 거시경제 안정을 유지하면서 재정 건전성도 지켰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년간 코로나 방역 조치에 협조하는 과정에서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고 민생경제는 지금 위기에 빠져있다. 이렇게 발생한 손실을 보상하는 일은 법치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며 “적기에 온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어렵게 버텨왔던 소상공인이 재기 불능에 빠지고 결국 더 많은 복지 재정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 명백하다”고 했다.

이번 추경에서 재원 부분은 국회 논의과정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추경 재원은 전년도 세계잉여금 등 가용 재원과 지출구조조정 예산 절감액, 초과 세수 등을 활용해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초과세수가 과도한 부분은 야당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정 여력이 없어 민주당이 요구한 만큼 편성 못한다는 기획재정부가 하루아침에 돌변했다”며 “초과 세수를 숨기고 정권이 바뀌자마자 진상품 바치듯 이는 재정 쿠데타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손실보상 관련 방역 피해규모 추산과 적용 대상 등에 문제가 있단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총 24.5조원을 투입해 전체 370만개 소상공인 업체에 최소 6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 손실보상 보전금을 지원하겠단 계획이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당 주최로 열린 코로나19 손실보상 정책토론회에서 “피해 규모를 54조원으로 추산한 것도 실제 근거가 부족하고 근거를 찾기 어렵다”며 “특히 임차료 부담이라든가 소상공인의 채무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문제 제기도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추경안 중 물가 안정 예산이 미흡하단 지적도 나온다. 이번 추경안 총 예산 59.4조원 중 생활물가 안정 대책 예산은 불과 3000억원이 편성됐다. 일반 지출 재원 36.4조원으로만 봐도 0.8%에 불과하다. 

이번 추경이 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단 분석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상황에서 물가는 한국은행에서 금리인상으로 대응하는 게 가정 적절하다”며 “정부가 지금 추경 편성 등 확장적으로 돈을 풀게 되면 한은의 금리인상 효과가 반감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방역 정책에 협조해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돕는 건 불가피하기에 측면이 있다”며 “여기에 한정하는 방향으로 재정지출을 최소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포함한 민생 안정을 위해 3.1조원을 편성했다. 저소득층 실질 구매력 보완을 위해 4인 가구 기준 최대 100만 원의 한시 긴급생활지원금을 총 227만 가구에 지급한다. 이외에 서민 저금리 대출 지원, 냉난방비 부담 완화를 위한 에너지 바우처, 대학생들에 대한 근로 장학금, 장병들의 급식비 인상 등에 쓰일 예정이다. 

손실보상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 저소득 문화예술인, 법인 택시와 버스 기사 등 총 89만 명에게도 고용 및 소득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서민 장바구니 부담 완화를 위해 농축수산물 할인쿠폰을 최대 585만 명에게 추가 지원한다. 

석 교수는 “현재 물가 불안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코로나 봉쇄 등 공급망 붕괴로 인한 측면이 크다”며 “유류 관련해선 출퇴근 등 생계형으로 서민에게 영향을 주는데 유가 안정을 위한 글로벌 공급망 안정이 단기간에 해결되긴 어려워 보여 유류세 감면 혜택 연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는 윤 대통령 시정연설 후 상임위 별 전체회의를 열고 추경안을 상정한다. 오는 17~18일 상임위별 예비심사를 마친뒤 19~20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 질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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