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59조 정부 추경안 국회 제출···4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
“하반기 경제상황, 추가세수 낙관 못해···정치 일정 따른 과도한 재정지출 부적절”   

/ 표=김은실 디자이너
/ 표=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주요 추경 재원으로 추가세수를 들고 있지만 하반기 경제상황을 봤을 때 지나치게 낙관적으로만 봐선 위험하단 지적이다. 현 상황에서 과도한 추경이나 국채 발행은 결과적으로 서민 등 취약계층 부담을 크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기에 정치적 일정에 따른 재정정책은 지양해야 한단 조언이다.

13일 국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올해 2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 추경안은 총 59.4조원으로 코로나 방역으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 지원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손실보전금에 23조원을 편성했고, 손실보상제도개선(1.5조원), 금융지원(1.7조원), 재기 및 자생력 강화 지원(0.1조원) 등을 위한 예산도 짰다. 소상공인 지원 외에 방역보강(6.1조원)과 민생·물가안정(3.1조원)도 이번 추경안에 담겼다. 재원은 초과세수와 지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조달하겠단 계획이다. 

이번 추경안은 올해 본 예산사상 최대 규모로 이 돈이 시중에 풀리면 경제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추경은 소비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물가를 자극하는 양면적 성격을 띄고 있다. 물가의 경우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추경으로 인한 파장 정도가 주목된다. 

이날 기재부가 발표한 ‘5월 최근 경제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8% 오르며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 10월(4.8%)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는 1년 전 같은달보다 3.6% 상승, 2011년 12월(3.6%) 이후 가장 높은 오름 폭을 보였다. 생활물가지수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7%오르며 2008년 8월(6.6%)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기재부는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으로 글로벌 인플레 압력이 가중되는 가운데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이 가속화하고 중국 봉쇄조치가 장기화하는 등 글로벌 경기 하방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국내 물가 오름세가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추경은 유동성을 키우는 부분이 되기에 물가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며 “지금 미국 물가가 많이 오른 것도 대규모 재정지원으로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진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추경을 집행하면서 초과세수가 있기에 국채를 발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미국이 금리를 계속 올리면서 하반기 경기가 상당히 침체될 것이란 예상도 있어 지금 생각대로 초과 세수가 거둬질지 장담할 수 없단 관측이 나온다. 부동산이 침체 국면에 접어드는 가운데 정부가 부동산 세제 완화를 추진하는 점도 세수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지금 미국 금리가 빅스텝으로 가고 있어 우리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기업의 투자 수요 위축, 가계부채 이자율 부담 증가 등으로 인한 경기 하강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하반기에 지금 예상보다 세수가 적게 걷히다면 결과적으로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그러면 통화증발이 돼 물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국채를 발행하지 않더라도 59조란 돈이 일단 풀리면 수요를 자극해 부동산이나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채를 발행하면 국채시장에서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서 금리가 높아지게 된다. 이 경우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맞추기 위해 채권을 매입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금리가 높아지는 걸 놔둘 경우 서민들의 이자부담이 커지게 된다. 시중금리 인상을 막기 위해 채권을 매입하면 통화량이 늘면서 물가나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이 발생하게 된다. 어느 경우든 서민, 취약계층 부담이 커지는 결과를 낳기에 현 시점에서 과다하게 추경을 하거나 국채를 발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단 분석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채 발행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정도의 대규모 추경은 이후에 물가, 금리인상 압력을 높일 수 있다”며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데 손실을 제대로 추계한 뒤 지원하는게 중요하다. 이런 부분이 없이 무작정 대규모로 돈을 풀게되면 오히려 서민이나 취약계층의 부담이 커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추경으로 정책 여력이 없어지면 위기가 닥쳤을 때 정부가 손을 쓰기 어렵게 된다. 미국 금리인상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하반기 우리 경제 리스크 요인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올해 예산안의 10%가 넘는 이번 추경 수준은 과도하단 지적이다.

김 교수는 “하반기 경기 침체시 추경을 또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땐 세수 갖곤 안되기에 국채발행을 통한 통화증발을 할텐데 이는 금리 인상을 하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과 엇박자”라며 “소상공인 지원에 들어가는 23조원은 불가피하지만, 전체 추경 규모가 59조원인 건 과도하다”고 말했다. 다음달 지방선거를 의식했을 가능성이 있단 지적이다. 

근래 들어 경제의 정치화가 심화되면서 과도한 재정지출이 나타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과거 선거 이슈로 경기를 부양시킬 땐 재정준칙을 지키는 수준에서 금리를 조절하거나 통화량을 조절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재정정책을 정치권이 나서 건드리고 돈을 풀고 있다. 이러한 재정적 인플레이션이 선거때마다 반복되면 국가 경제가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단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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