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노선 중 A노선만 착공···무분별한 GTX 공약에 집값 롤러코스터 우려도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이 GTX 신설 및 연장을 공약으로 내걸고 나서 집값 자극이 우려되고 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지역에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이하 GTX) 신설 및 연장 기대감이 또다시 확산하고 있다. 일부 후보자가 교통 인프라 확충을 통한 민심 다잡기 차원에서 GTX 공약 보따리를 풀어낸 영향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부동산 공약 남발이 집값 불안정만 부추길 뿐이라며 경계하는 모습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태흠 국민의힘 충남도지사 후보는 하루 전 선거 후보등록과 함께 천안시청 브리핑에서 주요공약을 발표했다. 김 후보의 공약은 천안역사·역세권 복합개발, 아산 북부권 일대 10만 도시 건설 등 부동산 민심을 공략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GTX-C노선의 천안·아산 연장을 추진한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GTX-C 노선을 천안까지 연장하겠다고 공약한 점을 아산까지 15킬로미터 더 연장하겠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이광재 강원도지사 후보 역시 강원도가 교통오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철도망 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GTX를 공약 중 하나로 언급했다. 원주-수서 철도와 GTX-A를 연결하고, 이후 강릉까지 KTX로 연결해 강릉 시민들이 서울 강남과 직접 연결되는 교통망을 누리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이밖에 수도권에서는 박남춘,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가 나란히 GTX-D노선 Y축 건설, GTX-E 노선 신축 등을 앞세우고 있다. 김경일 파주시장 후보는 파주에서 출발하는 GTX-F노선 추진을 발표했다. 대부분의 시장 후보자는 GTX 노선 연장이든 역 신설이든 노선 신설이든 관련 공약을 하나씩 들고 있는 수준이다.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올 해 초에도 대통령 후보자들은 앞 다퉈 GTX 공약을 내걸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GTX A,B‧,C 연장과 D,E,F 신설을 약속했다. 그러나 당선 후 인수위원회의 110대 국정과제에서는 GTX A,B,C 및 서부권 광역급행철도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신규 노선 확대 방안도 검토한다는 정도로만 언급돼 추진계획이 축소되거나 폐지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지방선거를 앞둔 후보자 역시 재차 GTX 신설을 언급하고 나서도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교통편 확충 공약이 도시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는 당연히 좋은 것이지만 부동산 시장 시황 측면에서는 현실성 없는 공약은 집값만 자극할 뿐이라는 비판도 있다. 실제 지난해 두 대통령 후보의 GTX 공약을 호재로 받아들이며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던 인천 청라와 경기 의왕 및 화성 동탄신도시 등의 집값은 최근 직전 최고가보다 수억 원 가량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현재 GTX 공약을 내건 후보자 가운데 타당성 검토를 거치거나 역의 위치 등이 논의가 완료된 곳은 한 곳도 없다. 때문에 후보자의 당락 여부 등에 따라 선거 후 집값 상승 기대감이 푹 꺼질 수 있는 것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GTX 노선 확충은 지방정부의 추진만으로 이루어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기존 노선도 착공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심성 공약 남발은 뒷감당이 어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