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 첫날부터 높은 관심···관리·시민의식 숙제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청와대가 국민 품으로 돌아왔다. 새정부가 베일에 싸여 있던 최고 권력자의 전유 공간을 74년 만에 공개한 것이다. 이번 개방으로 건물 내부를 제외한 청와대 본관과, 영빈관, 상춘재, 대통령 관저 등을 둘러볼 수 있게 됐다. 기존에도 청와대 관람 프로그램은 있었지만, 경내를 자유롭게 돌아다니지는 못했다.

신구권력간 갈등 등 개방을 놓고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막상 청와대 문을 열고 보니 대통령이 살던 미지의 공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예상보다 컸다. 개방 첫날에만 2만6000여명이 청와대를 찾았다. 

어린 아이부터 80대 이상 어르신까지 호기심에 가득찬 눈으로 경내를 돌아봤다. 등산로 개방 행사는 이른 아침시간에 열렸지만 취재진 외에도 인근 주민 상당수가 함께했다. 

기자는 개방 첫날 청와대 경내와 북악산 등산로 신규 개방구간을 둘러봤다. 등산로 코스를 오르내리는데 약 50분 걸렸으며 청와대 경내를 둘러보는 데는 한 시간 정도면 넉넉했다. 청와대 주변 곳곳에는 경계 철책과 초소들이 자리해 이곳이 어제까지 대통령을 삼엄하게 경비하던 곳이란 점을 실감케 했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준단 취지를 살리고자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짧은기간 등산객들을 위한 데크를 조성했고, 간이공중화장실과 안내소, 표지판 등 편의시설을 마련했다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다만, 간이화장실은 일일 관람객을 감당하기에 설치 대수가 다소 적은 느낌이었다.

청와대 등산로 전망대에서 경복궁과 도심을 바라보는 풍광도 아름다웠다. 정부가 경복궁과 청와대, 북악산을 연계한 관광 프로젝트를 잘 설계한다면 국가적 명소로 자리잡을 수 있어 보였다. 

인근 지역도 관광객 증가로 인한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기자와 만난 청와대 인근 주민들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 청와대 인근에선 건축 공사를 진행하는 곳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었다. 개방 첫날 청와대는 청정 공간이란 이미지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사람 발길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등산코스에는 쓰레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청와대 정문을 열자 물밀 듯이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며 앞으로도 지금 상태로 보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청와대에는 침류각, 석조여래좌상 등 문화재가 산재해 있어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 
 
청와대 주변에는 전직 대통령들이 남긴 기념식수들이 있다. 역사적 보존 가치가 있지만 관람객들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훼손될 우려가 있어 보였다. 실제 기자가 등산로 개방 구간을 등반할 때 한 관람객은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의 기념식수 비석을 향해 발길질과 욕설을 하기도 했다. 

개방 첫날이다 보니 언론사 취재 경쟁도 뜨거웠는데 일부 방송사 영상 스태프는 정해진 등산로 코스를 이탈해 동선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관리 인원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앞으로 청와대 관리를 책임질 문화재청의 노력과 성숙된 시민의식이 함께 요구되는 부분이다. 

청와대 개방이 새정부 역점 사안인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해 성공한 정책으로 남길 기원한다. 

10일 청와대 본관 전경. / 사진=최성근 기자
10일 청와대 본관 전경. / 사진=최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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