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 기준 변경 ‘주택 수→주택 합산 가액’
일시적 2주택자에 1주택자 3대 공제 적용
“종부세·재산세 통합은 단기간에 힘들어”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윤석열 정부가 출범 동시에 양도소득세 중과 일시 완화를 시행한 가운데 종합부동산세 개편 방안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거래세와 보유세 부담을 낮춰 거래를 이끌어내겠다는 게 새 정부의 전략인 만큼 종부세 개편 작업도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세율 부과 기준, 주택 합산 가액으로···고가 1주택·저가 다주택자 간 ‘세금 역전’ 현상 해소

10일 업계에 따르면 새 정부는 앞서 발표한 국정과제에서 종부세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을 예고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 기조를 철회하고 지나치게 높은 세금 부담도 납세자의 능력에 맞게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

당장 종부세 개편으로 세율 부과기준을 기존 ‘보유 주택 수’에서 ‘보유 주택 전체 합산 가액’으로 바꾸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 저가 다주택자가 고가 1주택자보다 종부세를 더 많이 내는 불합리한 세제를 개편하겠다는 취지다.

윤석열 정부는 거래세(양도득세)와 보유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낮춰 공급을 이끌어 낼 계획이다.  / 사진=연합뉴스

현행 종부세법에선 다주택자에게 높은 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1가구 1주택자엔 0.6~3.0% 세율이 부과되지만 3주택 이상 보유자·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1.2%~6.0%를 적용받는다. 공시가 15억원 주택을 1채 가진 사람과 공시가 5억원 짜리 주택 3채를 보유한 사람의 자산 가치는 같지만 적용되는 세율은 두 배 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다주택자에게 부과하는 종부세 중과세율을 손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추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현행 다주택자 중과제도는 정상화해야 한다”며 “보유 주택 호수에 따른 차등 과세를 가액 기준 과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종부세 등 각종 세제 부과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도 수술이 예고된다. 국토부가 지난 2020년 11월 “향후 8~15년에 걸쳐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겠다”며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재검토를 앞두고 있다. 정부는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국민의 세 부담이 급증하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실화율 목표 제고율을 90%에서 80% 선으로 낮추고, 공시가격 현실화율 도달 목표연도를 일정 기간 늦추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토부 역시 지난달 28일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하며 새 정부 출범 이후 조속한 시일 내에 공시가격 개편 용역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일시적 2주택자 구제, 여야 공통···“종부세 폐기 단기간에 힘들어”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구제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종부세 특례를 만들어 이들에게도 ▲2021년 공시가격 적용 ▲기본공제 11억원 ▲고령자·장기보유 특별공제 등 1주택자와 같은 혜택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이사와 상속 등의 이유로 인해 일시적 2주택자가 될 경우에도 이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없고 오히려 다주택자로 세 부담이 늘어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있었다. 다주택자로 분류될 경우 기본공제액이 5억원에 불과하고, 최대 80%(보유기간에 따라 20∼50%·연령에 따라 20∼40% 중복 적용) 추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여기에 다주택자 중과세율(1.2~6.0%)까지 적용받는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 그래픽=시사저널e DB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구제 방안은 법 개정 사안이지만 여야 모두 뜻을 같이하고 있어 통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류성걸·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일시적 2주택자의 종부세 감면을 위한 종부세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두 의원이 발의한 법안 모두 1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판매하기 전 실거주 목적으로 다른 주택을 구매해 과세기준일(6월 1일)에 2주택자더라도 기존 주택은 과세표준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다만 대상 주택의 범위, 처분 기한 등 구체적인 내용은 국회에서 최종 논의를 거쳐야 결론이 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으로 제시했던 ‘종부세·재산세 통합’(종부세 폐기)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상당 기간 제도화해 자리를 잡은 세제인 만큼 이를 급격히 폐지할 경우 정부에는 세수 변동이라는 변수가 발생하고 시장에도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추 장관 역시 “종부세·재산세 통합 문제는 연구·논의할 때가 됐다”면서도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충분한 용역하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오늘(10일)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 1년간 유예하는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오늘부터 다주택자가 다른 집을 팔고 1주택자가 됐을 때 이 집에 2년 이상 보유·거주했다면 양도세 면제 혜택을 누리게 된다. 정부는 이달 안에 거래를 마치면 보유세 부담도 줄기 때문에 이에 맞춰 주택 거래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