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의한 원고 대리인···비협조적인 통신사
소비자 불만은 커지는데 5G 품질은 큰 변화 없어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불안정한 5G 품질에 불만을 품은 소비자들이 통신사를 상대로 제기한 집단소송의 결론이 1년여간의 법정공방 끝에 다음주 나온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를 상대로 제기된 복수의 5G 집단소송 중 첫 1심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피고 SK텔레콤은 시종일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지만, 원고 법률대리인은 재판부가 5G 서비스에 대한 SK텔레콤의 채무불이행을 인정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통신업계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해당 소송 외에도 복수의 로펌, 재판부를 통해 진행 중인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원고의 바람대로 통신사의 과실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올 경우, 잇따른 집단소송 제기 등 통신사에 책임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통신업계는 이번 재판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소 제기 1년여만에 마침내 결론이 나온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그간 현장에서 양측의 법정공방을 지켜본 기자 입장에선 아쉬움도 남는다.

먼저 재판에 임하는 원고 법률대리인이 다소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본 소송의 원고 법률대리인은 수백명의 원고들을 대리해 소송을 담당하고 있다. 법률대리인은 원고들로부터 수임료를 받고 소송에 나선 것임에도 올 3월 진행된 최종 변론기일에 불출석해 최후 변론 기회를 날렸다.

당시 변호인은 기자에게 불출석 사유와 관련해 “다소 늦게 도착했는데, 예상보다 재판이 일찍 끝났다. 사실 서면 주장과 다를 게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당 로펌이 본 소송 외에도 복수의 5G 집단소송을 이끌고 있단 점을 고려하면 다른 소송에서의 태도가 우려될 수밖에 없다.

피고 SK텔레콤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SK텔레콤은 재판의 절반 이상을 ’원고 적격성‘을 문제 삼는 데 썼다. 소송인 237명 중 특정하기 힘든 일부에 대한 소송대리권 존재를 입증하란 주장이다. 원고 대리인이 전화번호, 주민번호 및 주소 등을 위임받아 본인확인을 거쳤음에도 SK텔레콤은 원고 본인임을 입증할 것을 거듭 요구했다. 원고의 자료 제출 요청에 대해서도 비협조적으로 일관했다. 이를 지켜보던 재판부가 두 번의 변론기일에서 원고 적격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하고서야 본안 심리 진행이 가능했다.

동명이인에 다른 사람의 자료를 넘길 우려가 있다는 것이 SK텔레콤 측의 문제제기 배경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소송의 장기화만 가져왔다.

양측이 ’무성의하고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이 5G 소비자들의 불만은 더 커지고 있다. 소 제기 시점과 비교해 현재 5G 품질에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소 제기의 근본 원인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통신3사는 5G 가입자 덕분에 올 1분기도 합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마케팅비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통신 서비스 품질과 직결되는 네트워크의 설비투자비를 줄인 점도 호실적에 기여했다. 소송을 겪는 상황에서도 통신 품질 개선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이 되는 대목이다.

또 다른 5G 집단소송에서 한 통신사 대리인은 "통신 품질 불량은 통신 세대교체기에 발생할 수 있는 ’과도기적 현상‘일 뿐"이라며 사실상 소비자에 책임을 돌린 바 있는데, 통신3사의 기저에 깔린 생각이 아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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