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사기 피해 그동안 빈번···약자보호 내세우지만 설득력 부족해
중고차 사기를 몇몇의 일탈로 치부하면 같은 상황 반복될 수밖에 없어
현실적인 해결책 마련으로 변화한 뒤 요구사항 주장해야

[시사저널e=유주엽 기자] 중고차 업계가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을 반대하며 릴레이 단식투쟁을 예고했다.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의 중고차 판매가 허용될 경우 시장 독점 우려가 있으며, 중고차 판매업자들의 생계가 위협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시장 개방에 따른 대기업의 독점은 그동안 빈번히 발생했다. 대형마트가 들어서며 골목상권이 피해를 입었다는 경우는 이미 익숙한 사례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시민들은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마냥 달가워하지 않는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중소기업적합업종’을 따로 분류하는 이유도 이러한 맥락과 맞닿아 있다.

다만 중고차 판매업은 이례적으로 이러한 논리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중고차 판매업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민들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환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고차 업계가 ‘약자’ ‘소상공인’과 같은 단어를 사용하며 호소하고 있지만 별다른 공감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중고차 판매업자들이 실제로 소상공인에 해당함에도 시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이유는 그동안 중고차 피해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시민들은 중고차 시장에 방문하기를 꺼려한다. 유튜브 콘텐츠 중에선 중고차 사기 피해를 방지하는 방법이나, 중고차 판매 사기꾼을 ‘참교육’하는 영상이 인기를 끌 정도다.

이러한 상황에도 중고차 업계는 과거의 피해사례를 ‘일부 불법·무등록 사기꾼의 범죄행위’로 치부하며 도외시하고 있다. 업계가 전반에 나서서 현실적인 자구책을 마련하려는 시도는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중고차 업계의 말대로 모든 판매업자들이 잘못한 것은 아니겠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같은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중고차 업계의 말대로 중고차 거래과정에서의 피해가 일부 파렴치한 이들의 범죄행위라면 내부적으로도 이를 걸러내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대표적으로는 요식업계나 택시업계서 사용되는 공통된 어플의 별점 평가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소비자는 이러한 시스템 하에서 권리를 갖게 된다.

중고차 시장의 의미는 최근 반도체 수급난 및 카플레이션 현상에 따라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시민들은 품질 좋은 중고차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길 원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고차 업계가 도약할 수 있는 방법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미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단지 반대만 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 업계에선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이뤄지는 건 시간문제라 보고 있다. 중고차 업계가 할 일은 물이 엎질러지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게 아닌, 엎질러진 물을 닦을 방법을 찾는 것이다.

중고차 시장이 대기업에게 제한적으로 개방되는 동안 시민들에게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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