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위축·금리상승에 증권株 약세···미래에셋증권은 시총 5조 무너져
메리츠증권만 상승세···시총5위→2위로 미래에셋증권 시총 추격 가시권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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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메리츠증권 주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국내 증권주 시가총액순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말 5위였던 증권주 시총순위는 어느덧 2위에 안착했으며 시총 1위 미래에셋증권 추격도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국내 대표 증권주들은 증시 침체에 따른 브로커리지(주식위탁매매) 위축과 금리상승이라는 겹악재를 겪고 있지만 메리츠증권은 낮은 브로커리지 비중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특화된 사업구조,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 증권株 하향세···메리츠증권만 ‘역주행’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메리츠증권 주가는 종가기준 지난해말 5150원에서 전날 6620원으로 올해 28.5% 상승했다. 지난 14일에는 장중 역대 최고가인 701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반면 같은 기간 다른 대형 증권사 주가는 모두 하락했다.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8650원에서 7880원으로 8.9% 하락했고 한국투자증권의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는 8만700원에서 6만9500원으로, 삼성증권 주가는 4만4900원에서 3만8650원으로 13.9%씩 떨어졌다. NH투자증권 주가는 1만2500원에서 1만400원으로 16.8% 급락했다.

올해 들어 메리츠증권 주가만 역주행하면서 시가총액순위도 급변했다. 지난해말 기준 메리츠증권의 시가총액은 3조5109억원으로 5위였지만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NH투자증권을 모두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해말 기준 5조3344억원으로 10조1402억원인 미래에셋증권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투자증권(7조1510억원), NH투자증권(6조8397억원), 삼성증권(6조814억원), KB증권(5조4856억원)보다도 적은 국내 6위 증권사다.

다른 증권주들은 최근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증시 침체에 따른 개인투자자 이탈과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손실 우려 등이 겹치면서 올해 실적이 크게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실적을 발표한 NH투자증권의 경우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02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0.3%나 감소했고 실적 감소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전날 52주 신저가인 1만35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홍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분기는 브로커리지 지표둔화 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됐고 시장금리도 급등했던 만큼 업황이 바닥에 가깝다고 볼 수 있으나 단기간 내에 유의미하게 업황이 반등할 여지는 제한적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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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츠증권, 증권업종 대장株 가능할까

일각에서는 메리츠증권이 지금과 같은 주가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조만간 미래에셋증권을 제치고 증권 대장주에 오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26일 81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면서 시가총액 5조원이 무너졌다. 전날도 하락세를 이어가며 52주 신저가인 7850원으로 장을 마쳤다.

메리츠증권 주가만 고공 행진하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단 메리츠증권은 타 증권사 대비 브로커리지 비중이 낮아 개인투자자 이탈에 따른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증권사로 꼽힌다. 채권 역시 트레이딩을 목적으로 단기매매하는 경우가 많아 금리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손실 영향이 적다.

메리츠증권의 독특한 사업구조 역시 최근 같은 증권업 불황에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평가다. 다른 대형증권사와 달리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PF와 부동산 관련 채무보증 및 채권 트레이딩에 특화되어 있다.

최근 새 정부 출범이 다가오면서 부동산 PF에 대한 규제완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주택가격 하락 우려에도 공급물량 확대 관련 대선공약 등으로 메리츠증권의 부동산PF 분야 높은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리츠증권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도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5월 배당을 줄이고 대신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3월 1000억원, 6월 1000억원, 11월 1400억원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총 3400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고 올해도 3월 17일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메리츠증권은 취득한 자사주에 대해 소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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