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약 통해 4조원 규모 일감 확보
“상반기 수주고 4조8000억원 예상”
고급화 전략·리모델링 공략 성과
3년 연속 최대 실적 갈아치울 듯

/ 그래픽=시사저널e DB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현대건설이 올해도 도시정비사업에서 훨훨 날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굵직한 사업을 잇따라 따내며 상반기에만 5조원에 육박하는 수주고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고급화 전략과 리모델링 집중 공략이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6조 클럽’ 가입 가능성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전날 선사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사업권을 따냈다. 앞서 롯데건설과 각각 지분 50%로 컨소시엄을 맺고 입찰에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수주로 5250억원어치 일감을 확보하게 됐다. 선사현대는 서울 강동구 상암동 일원 부지 6만8996㎡에 28층, 16개 동, 2938가구의 대단지로 국내 리모델링 사상 최대 규모다. 리모델링을 통해 지상 29층, 16개 동, 3228가구로 탈바꿈한다. 공사비는 1조900억원이다.

현대건설은 이번 수주로 신규 누적 수주액 2조188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수주고(3조4000억원)의 64%에 해당하는 금액을 벌써 달성한 셈이다. 앞서 올 초 서울 용산 이촌동 강촌 리모델링(공사비 4742억원)을 시작으로 대전 장대B구역 재개발(8871억원), 대구 복덩1동 우리주택 재개발(3023억원) 등 굵직한 사업을 연이어 따냈다.

앞으로도 대형 사업지에서 수주가 점쳐진다. 예상 수주액은 2조원을 훌쩍 넘는다. 현대건설은 경기 과천시 과천주공 8·9단지 재건축(공사비 9800억원)과 광주 광천동 재개발(1조1100억원)의 시공사 선정 입찰에 두 차례 단독으로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했다. 두 사업지에서 열리는 시공사 선정 총회에 단독 상정돼 무난하게 시공사로 선정될 전망이다. 현행법상 시공사 선정 입찰이 2회 이상 유찰되면 조합은 총회 의결을 거쳐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사를 결정할 수 있다.

시공사 선정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현대건설의 상반기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5조원을 육박할 전망이다. 지난해 5조원을 돌파한 시점이 12월 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척 빠른 상승세다. 앞서 2020년과 2021년 각각 4조7383억원, 5조5499억원을 거두며 역대 최고 기록을 연달아 갈아치웠다. 하반기 공격적인 수주에 나설 경우 창사 이래 처음으로 6조 클럽에 가입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상반기 내에 4조8000억~4조9000억원어치 일감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며 “도시정비사업 분야에서 3년 연속 최대 실적을 갈아치울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 같은 강세가 고급화 전략 덕분이라는 평가다. 현대건설은 올해 수주한 모든 사업지에 ‘디에이치’를 제안했다. 디에이치는 강남이나 용산 등 서울 주요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만든 최고급 아파트 브랜드다. 지난해부터 수도권과 인구 100만 이상의 5대 광역시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2020년 서울 성동구 한남하이츠 재건축 사업을 빼면 디에이치를 내세운 모든 사업지에서 시공권을 따냈다.

리모델링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점도 성과를 내고 있는 요인이다. 현대건설은 2020년 말 리모델링 전담 조직인 ‘리모델링 영업팀’을 출범하고 리모델링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공격적인 수주 활동을 펼친 결과 지난해 리모델링에서 1조9258억원(도시정비사업 전체 수주액의 35%)을 달성했다. 건설사 중 리모델링 분양에서 가장 많은 수주고를 올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리모델링 사업에서 올해도 지난해 수주액을 뛰어넘으며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양새다”며 “디에이치를 앞세워 리모델링 비중을 더욱 확대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