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 한강현대 예비안전진단 탈락···월계시영 이후 3년 만
도봉구청 “새 정부 정책 발표 후 안전진단 추진해야”
원희룡·오세훈, 시장 불안 우려···“최대한 정교하게 접근”

서울 도봉구 창동 창동주공2단지 전경 / 사진=길해성 기자
지난해 7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서울 도봉구 창동 창동주공2단지 전경 / 사진=시사저널e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윤석열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에 서울 노후 단지의 ‘안전진단’ 신청이 과열 양상으로 흐르는 가운데 자치구들이 제동을 걸었다. 안전진단을 추진 중인 단지에 “향후 정책 변화를 지켜보며 사업을 진행하라”고 권고하는가 하면 예비안전진단에서 고배를 마시는 단지가 3년 만에 등장했다. 새 정부가 시장 안정을 위해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신중론을 펼치자 자치구들도 속도 조절에 나선 모양새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흑석동 한강현대 아파트는 최근 예비안전진단(현지조사)에서 탈락했다. 서울에서 재건축 추진 단지가 예비 안전진단에서 탈락한 건 2019년 노원구 월계동 ‘미륭·미성·삼호3차’(월계시영) 이후 3년 만이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을 하기 위한 첫 관문이다. 통상 ‘예비안전진단(현지조사)→1차 안전진단(정밀안전진단)→2차 안전진단(공공기관 적정성 검토)’ 3단계로 이뤄진다. 안전진단을 모두 통과하면 재건축 사업을 할 수 있다.

이번에 한강현대가 받은 예비안전진단은 안전진단을 실시하기 전 지자체가 해당 아파트의 안전진단 필요 여부를 따지는 절차다. 설계 기준과 구조안정성∙건축마감, 설비 노후도, 주거환경 등 항목을 평가한다.

한강현대는 동작구청의 예비안전진단에서 B등급을 받았다. 재건축을 추진하려면 안전진단 등급 A~E등급 중 D등급 이하를 받아야 한다. 올해 준공 35년 차로 재건축 연한(30년)을 훌쩍 넘겼음에도 안전진단 첫 단계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단지 내에서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도봉구는 구청이 나서 안전진단 속도 조절에 나섰다. 도봉구청은 최근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12개 단지에 “새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이 나온 이후 안전진단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1·2차 안전진단에서 탈락할 경우 다시 예비안전진단 절차부터 시작해야 하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달란 내용이다.

도봉구청은 공문에서 “2018년 3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된 이후 안전진단 결과를 볼 때 통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최종 단계에서 통과하지 못할 경우 수억원에 달하는 안전진단 비용을 또다시 모금해야 하는 부담과 이로 인한 주민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치구들이 안전진단에 소극적인 건 대통령직인수위를 비롯한 신정부 인사들이 신중 모드로 돌아선 영향이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인수위는 이번 주로 예정됐던 부동산 종합 대책 발표 시기를 새 정부 취임 이후로 연기했다. 정책 개편이 시장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해 발표 시점을 고려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역시 시장의 불안을 막기 위해 규제완화에 신중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원 후보자는 “지나친 규제 완화나 시장에서 잘못된 시그널로 악용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신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부동산 가격을 자극하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정교하게 접근할 것이란 점은 (원 후보자와)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원 후보자의 규제완화 신중론에 공조하기로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새 정책이 본격 적용되는 데까지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며 “신중하게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대되면서 자치구들도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허비하지 말진 취지로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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