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입찰 단독 참여···수의계약 가능성 높아져
수주 시 수주액 1조3천억 달성···작년 전체 실적 넘길 듯
대우건설 입찰 포기···‘전략적 숨 고르기’ 관측도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전경 / 사진=시사저널e DB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전경 / 사진=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삼성물산이 공공재개발 1호 사업지인 흑석2구역 수주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선 모양새다. 유력한 경쟁자였던 대우건설이 1차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서다. 한 번 더 단독 입찰할 경우 수의계약을 통한 무혈입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대우건설이 흑석2구역에 오랜 기간 공을 들여온 만큼 경쟁입찰이 펼쳐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물산 단독 입찰···수주 성공 시 지난해 수주액 넘어설 듯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흑석2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사 선정을 위한 1차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애초 유력 후보였던 대우건설이 입찰에 불참하면서다. 2차 입찰에도 단독 참여할 경우 수의계약으로 시공권을 따낼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시공사 선정은 단독 입찰로 2회 이상 유찰되면 조합이 총회 의결을 거쳐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다. 통상 수주전에서 1차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할 경우 수의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삼성물산 수주 가능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2차 입찰은 다음 달로 예정됐다.

삼성물산은 흑석2구역 재개발(추정 공사비 5000억원)을 따낼 경우 올해 서울에서만 정비사업 3건을 수주하며 신규 누적 수주액 1조3172억원을 달성하게 된다. 4개월 만에 지난해 수주액(9117억)을 훌쩍 넘는 실적을 기록하는 셈이다. 앞서 삼성물산은 방배6구역 재건축(공사비 3696억원)과 이촌 코오롱 리모델링(4476억원)을 수주했다. 

강남·용산에 이어 한강변 사업지까지 따낸 만큼 수주를 준비하는 사업비 1조원 규모 한남2구역 재개발 사업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현재 대우건설,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등이 경쟁사로 거론된다.

서울 동작구 소재 흑석2구역은 지난해 1월 정부가 선정한 공공재개발 1호 사업지다. 재개발을 통해 지하 7층~지상 49층, 4개 동, 1216가구 규모 대단지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이곳은 한강변에 위치한 준강남 입지에다 공공재개발 사업지 중 규모가 가장 커 공공재개발 최대어로 꼽힌다. 서울 지하철 9호선 흑석역과 맞닿아 있는 초역세권 단지이기도 하다. 서울도시주택공사(SH)가 시행을 맡은 만큼 토지수용 등 민감한 작업에 따른 리스크도 적은 편이다. 지난 1월 열린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에 삼성물산·대우건설·GS건설 등 대형 건설사 8곳이 관심을 나타냈다.

◇대우건설 ”공정한 경쟁 환경 되면 2차 입찰 참여”

다만 삼성물산의 무혈입성을 단정하기엔 이르단 관측도 나온다. 유력 경쟁사였던 대우건설이 참여할 가능성이 남아 있어서다. 대우건설은 입찰 마감 전 조합에 하이엔드 브랜드 '써밋' 적용을 약속하며 강력한 수주 의지를 피력해 왔다. 삼성물산과 이미 수개월 전부터 물밑 경쟁을 펼쳐온 것으로 전해진다. 홍보 과정에서 과열 양상이 나타나 삼성물산과 함께 조합으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수주전도 두 건설사의 2파전이 예상됐다.

업계는 대우건설이 1차 입찰을 포기한 것을 두고 수주전이 불리하게 흘러가자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전략적 숨 고르기’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건설은 입찰 마감 이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을 할 수 없다며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에서 “집행부는 홍보관 규모와 관련해 특정 시공사의 요구만 들어줬고, 납득할 수 없는 일방적인 경고 조치를 단행했다”며 “편중된 방향에 입찰 후 리스크가 감당할 수 없는 범위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조합 측이 삼성물산에만 유리한 상황을 만들면서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했단 것이다.

앞서 해당 지역 조합원을 만나 사업을 홍보하는 등의 행위로 주민회의로부터 삼성물산은 1회, 대우건설은 2회씩 각각 경고를 받았다. 경고를 3회 이상 받게 되면 입찰 자격이 제한된다. 입찰 포기 후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발표한 것도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대우건설은 2차 입찰 참여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흑석2구역을 위한 “특정 시공사와 집행부만의 이익이 아닌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면 2차 입찰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