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회 보고 등 거쳐 가입 신청 방침···시장개방으로 수출 증가 기대
농축수산물 분야는 타격 우려 제기···“신품종 개발, 판로 대책도 마련해야”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을 공식화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인다. 시장 개방으로 수출과 생산 증가가 기대되지만 농수축산 분야는 타격을 받을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사전적 대책 마련과 함께 고품질, 다품종 농산물 생산을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단 조언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CPTPP 가입 추진계획을 의결했다. 향후 국회 보고 등 가입 신청 관련 국내 절차를 진행하고 공식 가입 신청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차기 정부도 CPTPP 가입에 긍정적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CPTPP 등 역내 주요 무역협정을 통해 국내 기업이 공급망, 디지털 무역 등 분야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도록 지원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수출 확대 및 생산·고용 증가···공급망 관리도 도움

CPTPP는 환태평양 지역 11개국(일본, 멕시코, 캐나다, 호주, 브루나이, 싱가포르 베트남, 뉴질랜드, 칠레, 페루, 말레이시아)이 결성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미국이 주도하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빠지자 일본 등 나머지 나라가 2018년 12월 출범시켰다.

CPTPP는 농수산물과 공산품 역내 관세 철폐와 이동 자유화, 데이터 거래 활성화, 국유기업에 대한 보조금 등 지원금지, 금융 및 외국인 투자 규제 완화 등을 담고 있다. 수출주도형 국가인 우리나라가 CPTPP에 가입하는게 경제적으로 긍정적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장개방으로 수출이 확대되고 생산과 투자, 고용 증가가 뒤따를 것이란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은 CPTPP 가입시 향후 15년간 연 평균 6억~9억달러(약 7321억~1조981억원) 수출 증가, 1조1800억~1조8200억원 생산 증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CPTPP는 최근 주요 선진국의 경제 협력 모델이 되는 규정이다. 디지털 무역, 중소기업과 국영기업 문제 등에 있어 통상체제를 업그레이드한단 의미가 있다”며 “기존 국가 외 영국은 가입이 기정사실화 돼 있고, 중국, 대만 등 추가 가입 국가들도 거론되고 있어 공급망 관리에 있어서도 도움 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 표=김은실 디자이너
/ 표=김은실 디자이너

◇농수축산업 타격 우려···"축산·과일·곡물 직격탄"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CPTPP 참여국 중 호주와 뉴질랜드, 칠레 등 상당수 국가들이 농수축산물에 특화된 나라들이다. 이러한 세계적인 1차산업 강대국에 시장을 추가 개방하면 국내산 소비가 줄어들 수 있단 것이다. 이에 농어민 단체들을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는 “정부는 협정을 맺을 때 항상 피해규모를 소극적으로 매긴다”며 “금전적 피해 뿐 아니라 검역 주권 또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입을 추진하는 대만의 경우 일본 후쿠시마 농산물을 수입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수입에 선을 긋고 있지만 CPTPP 11개국이 후쿠시마산 수입 거부시 가입을 불허한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수입을 허용할 수도 있단 지적이다. 

전농 관계자는 “정부가 국민에게 설명하는 내용이 본 협정에 들어가서도 지키기는 구조상 힘들 것”이라며 “예상보다 피해액도 더 광범위하고 국민 건강권이 침해될 수도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멕시코와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와는 FTA를 체결했다. 일본과는 RECP을 통해 연결돼 있지만 실질적으로 주요 농산물들을 개방하고 있진 않다. 결국 TPCPP로 인한 피해 문제는 기존의 FTA에서 얼마나 더 추가 개방이 되는가에 대한 부분을 봐야 한다.

정대희 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CPTPP가 체결되면 기존 FTA에서 관세 철폐가 안 됐던 축산, 과일, 곡물, 전지분유, 꿀 등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축산의 경우 소고기는 관세를 장기간에 걸쳐 철폐하기로 했는데 CPTPP로 더 빨리 관세가 떨어진다면 이 부분에 대한 우리 축산농가의 불이익이 더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역의 경우 과수 중 사과, 배 등 검역을 이유로 수입돼지 않았던 품목들이 개방된다면 농가에 큰 영향이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안 교수는 “농산물 문제의 경우 11개 국가 중 9개국과 이미 FTA가 돼 있는데 추가로 농산물 분야가 개방이 될 경우 얼마가 문제가 생길지는 정밀하게 분석해봐야 한다”며 “농수산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수출하는 주요 국가가 일본이다. 과거 한일FTA 추진 당시 우리나라 농산물 수출이 많이 될 것을 우려한 일본이 협상을 결렬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농수산분야가 우리나라에 무조건 불리하다 예단하지 말고 신중한 분석이 필요하단 조언이다.

◇"사전적 대책 마련 필요···고품질·다품종 생산 지원해야"

그동안 우리나라는 FTA를 체결할 때마다 협상 타결 이후 대책을 세워왔다. 특히 농업계는 2004년 한칠레FTA 체결 이후 FTA가 계속 이어져 구조적 변화의 충격을 계속 받아왔다. 사후 대책이 아닌 사전적 대책을 세워 농가 충격을 완화시킬 방안을 고려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수입 대책 뿐 아니라 수출 대책도 세워야 한단 조언이다.

정 연구원은 “공급 문제를 주목해야 한다. 국내 생산 부분에 더해 수입은 계속될 텐데 한정된 수요에서 공급을 계속 늘리는 방식으로 가면 잉여 농산물이 생겨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공급을 계속 늘리는 정책보다는 고품질 농산물, 다양한 품종의 농산물을 생산하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 품종이 생겼다고 바로 시장에서 팔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시장에서 팔 수 있도록 하는 그런 경로까지 고민해 종합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통상의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자유무역지대에서 빠진다면 추가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 다만, CPTPP 가입이 실익이 없이 정치적 분란만 일으킨다면 무리해서까지 가입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며 “중국과 대만의 움직임을 주목해야 한다. 이들이 가입한다면 아시아 경제권 판도가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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