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3세로 2018년 대표이사 취임···작년 영업익 부진 원인은 신약후보물질 임상 중단
작년부터 낙태약 ‘미프지미소’ 허가 놓고 식약처와 협의···향후 허가 획득 여부 관심 집중

이상준 현대약품 대표이사 사장. / 사진=현대약품
이상준 현대약품 대표이사 사장. / 사진=현대약품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현대약품이 전문경영인과 오너 3세의 각자대표체제를 오너 중심 단독대표체제로 전환한 지 1년이 경과됐다. 이에 오너 3세인 이상준 대표가 지난해 부진했던 수익성을 올해 개선하고 임신중단약물 ‘미프지미소’ 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약품이 지난해 1월 김영학, 이상준 각자대표를 이상준 단독대표로 전환한지 15개월이 경과됐다. 당시 대표 임기가 1년 남았던 김 대표는 전격 물러났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인 김 대표가 당시 갑작스럽게 사직한 이유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라며 “결국 오너 3세인 이상준 사장이 단독대표로 취임, 회사를 경영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현대약품 창업주 고(故) 이규석 회장 손자이자 이한구 회장 장남이다. 1976년생인 그는 University of San Diego IMBA를 졸업한 후 지난 2003년 현대약품에 입사했다. 입사 8년 만에 등기임원으로 선임되며 경영에 참여한 이 대표는 미래전략본부장과 신규사업연구개발 부문 총괄사장 등을 거쳐 지난 2018년 현대약품 대표이사에 올랐다. 

그의 단독경영 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지표는 지난해 경영실적으로 판단된다. 현대약품의 지난해 매출액은 별도재무제표 기준, 1398억300만원으로 전년대비 5.1%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15억7200만원으로 전년대비 적자 전환했다. 이처럼 지난해 현대약품 수익성이 부진했던 원인은 자폐범주성장애 치료제 후보물질인 ‘부메타나이드’ 임상시험을 중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부메타나이드가 임상 3상에서 위약 대비 유의미한 효능을 입증하는데 실패하면서 현대약품이 그동안 진행한 비용을 손실처리했다. 앞서 현대약품은 지난 2019년 12월 프랑스 바이오기업인 뉴로클로어로부터 부메타나이드에 대한 국내 독점 개발 및 판권을 확보한 후 이를 자산으로 반영해 왔지만 임상 3상 실패로 관련 비용을 손실로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대약품은 최근 수년간 영업이익 부진 원인을 연구개발(R&D) 비용 증가로 설명해왔다”며 “현대의 지난해 R&D 비용은 80억8895만5000원이며 매출액 대비 R&D 비용 비중은 5.79%로 집계된다”고 전했다. 이에 이 대표는 올해 영업이익을 지난 2020년 31억원 수준으로 회복시키고 특히 현안인 먹는 임신중단약물(일명 낙태약)인 ‘미프지미소’ 허가에 올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약품에 따르면 미프지미소는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성분의 콤비팩 제품이다. 자궁 내막을 얇게 만들어 초기 임신 유산을 유도하는 기전이다. 미페프리스톤 200㎎ 1정과 미소프로스톨 200ug 4정으로 구성돼 있다.   

현대약품은 지난해 3월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과 미프지미소의 국내 판권 및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한 후 같은 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당초 식약처의 심사 처리 기한은 지난해 11월 중순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현대약품에 대한 식약처의 추가 자료 제출 요청으로 기한이 연기된 바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미프지미소의 경우 해외에서 임상을 거친 의약품이 국내 당국 허가를 위해 기존 임상 결과가 국내에서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 내국인 등을 대상으로 확인하는 가교임상 면제 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식약처가 현대 자료를 검토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약품은 미프지미소 허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식약처도 자세한 사항은 확인을 유보하며 “해당 업체가 허기 신청을 취하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라며 “현재 (허가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이밖에 이 대표는 식품사업부가 지난해 출시하며 간편대용식 시장에 진출한 ‘365MEAL’과 역시 지난해 런칭한 화장품 ‘랩클’, 탈모샴푸 ‘마이녹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주요 파이프라인의 R&D 성과도 이 대표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당뇨병 신약후보물질 ‘HDNO-1605(HD-6277)’은 지난 2020년 4월 미국 FDA(식품의약국)로부터 임상 2상 시험계획 승인을 받은데 이어 지난달 식약처로부터 국내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승인 받은 바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현대약품의 수익성 부진 원인은 신약후보물질의 임상 중단이기 때문에 일회성 악재로 볼 수도 있다”며 “오랜 검토 끝에 만약 미프지미소가 허가를 받게 되면 그 여파가 크며 매출과 수익성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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