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업체 또다시 ‘셧다운’ 예고
건설사 요구 반영 시 손실 우려
건자재값 급등에 분양 일정도 밀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건설 현장에 원자재 공사비 대란이 벌어진 모양새다. 공사 현장에선 원자재 업체들이 ‘셧다운’(공사 중단)을 예고했고, 분양 현장에선 급등한 공사비를 우려해 일정을 연기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철근·콘크리트연합회는 지난달에 이어 또다시 2차 총파업을 예고했다. 앞선 공사비 증액 요구에 비협조적인 시공사를 대상으로 다시 한번 단체행동을 나서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형국이다.

연합회는 지난달 하도급 공사대금 20% 증액을 요구하며 셧다운을 감행했다. 당시 다수의 건설사들이 개별 사업장별로 증액 관련 협의를 진행하기로 하면서 공사 중단 사태는 일단락됐었다.

연합회 측은 원자재와 인건비가 1년 넘게 올라 계약금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골조 공사에 투입되는 최근 철물·각재·합판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3~8월 계약분) 대비 각각 50% 상승했다. 작업자 인건비 역시 10~30% 가까이 올랐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20% 상당의 하도급대금 증액이 필요하다는 게 연합회의 설명이다.

한국은행이 작성한 ‘건설투자 회복의 제약 요인: 건설자재 가격 급등의 원인과 영향’ 보고서를 살펴봐도 업계의 주장은 거짓말이 아니다. 지난해 4분기 건설용 중간 자재 가격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8.5% 올랐다. 이는 2008년 4분기(30.2%)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주요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등 건설자재 가격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건설사들은 공사대금 인상 요구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원가 상승에 따라 마진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요구를 수용할 경우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공사비나 설계 변경이 가능한 공사라면 상황이 조금은 낫지만 자재 등 수급 불안정에 따른 공사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여파가 분양 현장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자재비 인상 등으로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할 경우 조합과 시공사의 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 공급 차질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분양 일정을 연기한 정비사업장이 수도권에서만 열두 곳에 달한다. 정부의 분양가 규제는 여전한데 건자재값 폭등이 겹치며 분양가 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라면 원자재 업계와 건설사, 시행사 간 갈등으로 인한 공사 중단 사태가 도미노처럼 번질 우려가 크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때다. 지금 교통정리를 하지 못하면 야심차게 내놓은 공급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공사가 막히지 않도록 조율에 나서야 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