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연구로 분야서 잇따라 수주 낭보
인수 이후 공공부문서 경쟁력 입증
“주택 외 분야 성과, 만족도 높을 것”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대우건설이 모회사 중흥그룹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양새다. 인수된 이후 원자력과 철도 등 공공공사에서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어서다. 열흘 새 확보한 일감만 6500억원에 달한다. 그동안 부진했던 공공 분야에서 앞으로도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주택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 대우건설의 경쟁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중흥 역시 만족할 부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출용 신형연구로’ 수주 유력···원자력 분야 경쟁력 발휘

3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발주한 ‘수출용 신형연구로(기장로) 건설공사’ 시공권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종합심사(공사수행능력 50점·입찰금액 50점)에서 경쟁사인 삼성물산 컨소시엄보다 1% 포인트 낮은 금액을 제시해 사실상 수주가 확실하다는 평가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예정가격의 96.149%인 3632억3409만7652원을 써냈다. 대우건설은 대표사(지분 50%)로 참여해 현대건설(30%), GS건설(20%)과 컨소시엄을 꾸렸다. 수주 확정 시 1816억원의 수주고를 올리게 된다.

/ 사진=대우건설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 사진=대우건설

기장로는 부산 기장군 장안읍 좌동리 일원에 건설되는 판형 핵연료 등 최신 기술이 세계 최초로 적용되는 원자력 연구개발 시설이다. 기장로 건설이 완료되면 수입에만 의존했던 방사성 동위원소의 국내 수급 안정과 수출 산업화 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사성 동위원소는 핵의학 진단과 암 치료에 필수적인 물질이다.

업계에선 입찰금액 외에 원자력 연구개발 인프라 분야에 대한 경쟁력에서 대우건설이 앞섰다는 평가다. 대우건설은 지난 2009년 요르단 시험 및 연구용 원자로 EPC(설계·조달·시공) 사업을 수행하는 등 연구용원자로 분야에서 기술력을 축적해 왔다. 이러한 수행능력을 인정받아 2013년 기장로 시설 구축을 위한 종합설계 업무를 맡기도 했다. 이번에 수주가 확정되면 설계부터 건설까지 모든 과정을 수행하게 되는 셈이다.

이외에도 대우건설은 현재 8조원 규모 체코 원전 수주를 위한 ‘팀코리아’의 일원으로 참여 중이다. 팀코리아는 대우건설과 한국수력원자력, 한전기술, 한전KPS, 한전원자력연료, 두산중공업 등으로 구성됐다.

◇철도 기술형입찰서 4711억원 공사 수주···2013년 이후 9년 만

대우건설은 공공 기술형입찰(대형 건설사가 설계·시공 등 공사 전체를 맡도록 하는 입찰 방식) 수주에서도 쾌거를 이뤘다. 지난 23일 국가철도공단이 발주한 ‘평택~오송 복복선화 건설공사’ 1공구(공사비 4771억원) 시공사로 선정됐다. 대우건설이 국가철도공단 주관 기술형입찰을 따낸 건 2013년 김포도시철도 1공구 공사 이후 9년 만이다. 평택~오송 복복선화 건설공사는 공사비만 2조3000억원으로 올해 철도 분야 기술형입찰 최대어로 꼽힌다. 

/ 사진=국가철도공단
/ 사진=국가철도공단

대우건설은 그동안 철도 기술형입찰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4년 ‘진접선 복선전철’(1799억원)과 2016년 ‘이천∼문경 철도건설사업 8공구’(2132억원), 2020년 ‘춘천~속초 철도건설’ 7공구(2339억원) 등에 참여했지만 내리 고배를 마셨다. 대우건설은 이번 수주를 계기로 공공공사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인수 이후 공공부문 성과, 중흥에 경쟁력 입증

이번 공공부문 성과는 대우건설에 의미가 남다르다. 중흥그룹에 인수된 이후 이뤄낸 성과이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그동안 공공부문에서 부진을 이어가며 공공영업 조직이 축소되기도 했다. 하지만 열흘 새 공공에서 6587억원치 일감을 확보하는 저력을 발휘하면서 그룹에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 이후 대우건설의 경쟁력이 주택이 아닌 철도와 연구로 등 다른 분야에서도 확인이 된 만큼 그룹에서도 만족할 부분이다”며 “앞으로 해당 분야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흥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흥 쪽 건설사들은 그동안 주택만 전문으로 하다 보니 토목이나 원자력, 플랜트 등이 약한 편이었다. 대우건설을 통해 부족한 분야를 보완하고 중흥 계열사들과 연계한 작업들이 진행될 수 있는 관측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흥이 애초에 대우건설을 인수한 것도 부족한 부분의 갈증을 풀기 위해서였다”며 “당장은 아니겠지만 중흥 계열사들도 대우건설의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받아 해당 분야에 대한 경쟁력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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