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부실시공 처벌 대폭 강화···근로자 5명 사망 시 즉각 등록말소
과도한 처벌 규제 건설업계 위축 우려···“등록말소 남발 될 수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정부가 부실시공 사고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하면서 건설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근로자 5명 사망 시 즉시 등록이 말소되는 등 중대재해처벌법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무관용 원칙으로 제재한다는 게 핵심이다. 건설사들은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업계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발표한 ‘부실시공 근절 방안’을 통해 불법하도급 여부에 상관없이 부실시공으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시공사에 등록 말소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지난 1월 발생한 광주 화정동아이파크 붕괴사고를 계기로 부실시공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한 것이다.

눈에 띄는 처분은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다.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는 시설물의 중대한 결함으로 일반인이 3명 사망하거나 근로자 5명 이상이 숨진 경우 곧바로 건설업 등록을 말소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5년간 신규 등록을 제한해 업계에서 퇴출한다는 방침이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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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사고가 아니더라도 5년간 부실시공이 2회 적발된 시공사는 등록이 말소된다. 3년간 신규 등록도 제한된다. 현재 부실시공 업체에는 영업정지 2~8개월 처분만 내려지고 있다. 앞으로는 1회 적발 시 영업정지 4~12개월, 2회 위반은 등록말소 처분이 내려진다.

국토부는 강화된 규정이 현장에서 빠른 시일 내에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지난해 9월 발의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강화하는 방안을 국회와 논의하기로 했다. 법률 개정안을 다음 달까지 모두 발의하고 연내 개정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부실시공에 대한 손해배상책임도 확대된다. 건산법 개정안에는 불법하도급으로 인한 부실시공으로 사망사고를 낸 경우 피해액의 5~10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토부는 불법하도급 여부와 무관하게 부실시공으로 인해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고 면책 규정을 두지 않는 내용으로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부실시공 업체에는 공공택지 공급 제한 기간을 현재 3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주택도시기금 지원 제한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중대사고에 대해서는 국토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한 처분 권한을 회수하고, 직접 해당 업체를 처분한다. 이는 지자체에 처분 권한이 위임돼 사고 업체에 대한 처분이 적기에 이뤄지지 않고 솜방망이 처분이 내려지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건설업계에선 정부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과도한 처벌이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올 초 시행된 중대재해법에 이어 이번에 발표한 추가 처벌까지 더해지면 현장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수백 개의 건설 현장을 보유하고 있는 건설사 특성상 현실적으로 안전 문제를 일일이 챙기기 어렵다”며 “시공사 관리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사고도 있어 무관용 원칙은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대구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 사진=연합뉴스
건설업계는 정부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과도한 처벌이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 사진=연합뉴스

특히 등록말소의 경우 건설사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건설업 등록이 말소되면 영업이 중단됨은 물론 과거 공사 실적, 브랜드 등이 모두 사라진다. 실적이 없으니 공공사업 입찰이 크게 제한된다. 여기에 아파트 입주 예정자에 대한 피해 보상에 차질이 생길 수 있고, 협력업체 줄도산에 따른 파장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 부실시공으로 건설업 등록이 말소된 건 1994년 49명의 사상자를 낸 성수대교 붕괴 사고 당시 동아건설산업 단 한 곳뿐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로선 원∙투 스트라이크아웃 제도가 시행될 경우 등록말소가 남발될 가능성이 있다”며 “등록말소를 5년 동안 시행할 경우 그 회사에 다니는 직원과 가족 등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건설사들이 우려하는 기업 활동 위축에 대한 문제가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대재해처벌법도 초기에는 ‘중대사고가 발행하면 이유 불문 무조건 처벌받는 것’이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하지만 이후 시행령에서 사업장의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한 사업주에 대한 면책요건이 제시되면서 저 문제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역시 이후 관련 법령의 수정과 구체화 과정에서 비슷한 결과물을 도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규제 강화보다는 완화를 통해 선순환 구조의 산업 발전을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석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간 건설산업의 문제 해결방식은 손쉽고 징벌적인 규제를 늘리는 방식이었다”며 “특히 최근 현장의 안전과 품질 문제는 이러한 규제 강화 흐름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만능주의를 넘어 시장 친화적 정책으로 관점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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