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학동 사고 8개월 영업정지···화정동 건으로 1년 추가 될 듯
2년 동안 수주 막히면 타격 불가피···주택 사업 매출 70% 차지
행정소송 통해 ‘시간끌기’ 가능성도···대법원 처분까지 수주 가능

/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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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발생한 광주 학동 붕괴사고로 인해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받았다. 다음 달 18일부터 모든 수주 활동이 중단된다.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 건까지 더하면 영업정지 기간이 2년 가까이 늘어날 수 있어 HDC현산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영업정지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행정소송을 진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광주 학동 사고 ’부실시공 혐의’, 영업정지 8개월

18일 서울시는 광주 학동 철거 건물 붕괴사고와 관련해 HDC현산에 8개월 영업정치 행정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영업정지가 시작되는 날은 다음 달 18일부터다. HDC현산은 12월까지 입찰참가 등 건설사업자로서 하는 모든 영업활동이 금지된다. 다만 행정처분을 받기 전 도급계약을 체결했거나 관계 법령에 따라 인·허가를 받아 착공한 건설공사의 경우 계속 시공할 수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학동 재개발 4구역에서 철거 중 시민 9명이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부실시공’ 혐의와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에 대한 행정처분을 지난해 9월 서울시에 요청했다. 이번 처분은 부실시공 혐의에 해당한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0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 철거건물 붕괴사고 현장을 방문한 김부겸 국무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0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 철거건물 붕괴사고 현장을 방문한 김부겸 국무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는 HDC현산이 해체계획서와 다르게 시공해 구조물 붕괴 원인을 제공하고 과도한 살수로 인한 성토층 하중 증가방지 등을 위해 현장에서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하도급인 관리 의무 위반’ 처분 남아···다음 달 중 결정 

나머지 혐의인 하수급인 관리 의무 위반에 대한 처분 시기와 수위에도 관심이 모인다.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 혐의에 대한 처분은 당시 하수급 업체인 한솔기업에 대한 영등포구청 처분이 선결돼야 한다. 영등포구청은 다음 달 중으로 처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HDC현산이 한솔기업에 불법 재하도급을 지시·공모한 사실이 인정되면 추가로 최대 8개월 영업정지가 가능하다. 단순 묵인이었다면 과태료 처분에 그치게 된다.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 아무런 처분을 받지 않는다. 또한 불법 하도급 관련 영업정지는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어 부실시공에 대한 영업정지 8개월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화정동 붕괴사고’ 처분 시 최대 1년 8개월 영업정지

문제는 올 초 발생한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 건에 대한 행정처분도 남아 있다는 점이다. 화정동 사건과 관련한 처분으로 최대 1년 영업정지나 등록말소가 거론되고 있다. 1년 영업정지가 확정될 경우 학동 사고와 더해 1년 8개월 동안 신규 사업을 수주할 수 없게 된다.

HDC현산 입장에선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신규 수주가 막히면 타격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매출 대부분이 주택·건축사업 부문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HDC현산의 매출액은 3조5421억원이었다. 이 중 주택부문(자체공사·외주주택)이 2조547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1%를 차지한다.

다만 기존 수주잔고가 많아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HDC현산은 지난해 말 계약잔액 기준 23조원(관급공사 5894억원·민간공사 22조5566억원) 가량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시는 전담조직을 구성해 6개월 이내 등록말소 등을 포함한 강력한 처분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28일 해당 사고에 관해 행정처분을 요청했다. 학동 사고 대한 처분이 예상보다 빨리 나온 만큼 화정동 사고에 대한 처분 시기는 더 앞당겨질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명사고를 발생시킨 데다 국민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사안인 만큼 신속히 행정처분을 진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등록 말소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국내 10대 건설사 중 하나인 현산이 등록말소되면 아파트 입주 예정자에 대한 피해 보상에 차질이 생길 수 있고, 협력업체 줄도산에 따른 파장이 적지 않아서다.

◇“행정소송 강행 불가피···대법원 판결까지 2~3년 간 신규 수주 가능”

일각에선 HDC현산이 영업정지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행정소송을 밟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민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처분 관련 내용은 모두 인정하되 징계 수위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춰 소송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HDC현산은 올 초 화정동 사고 이후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계약을 맺었다. 김앤장은 법률 자문·형사 대응을 맡기로 했다. 

행정소송을 통해 영업정지 시기를 최대한 늦출 가능성도 있다. 행정처분 처분취소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가처분을 신청해 대법원 판결까지 끌고가면 2~3년 간 수주 활동이 가능하다. 실제로 건설업계에선 영업정지를 받을 경우 행정소송을 통해 시간을 끄는 경우가 적지 않다.

태영건설의 경우 지난 25일 토목건축사업에 대한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2017년 12월 경기 김포 운양동 신축공사 현장에서 하청업체 노동자 2명이 질식사한 사고에 대한 처분이다. 경기도는 2020년 9월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했다. 행정소송이 진행되면서 최초 처분부터 실제 영업정지 집행까지 1년 7개월이 걸린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1~2년 시간 동안 수주 활동을 하지 못하면 대형 건설사라도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며 “또한 윤석열 정부가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앞으로 수주전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피해가 클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영업정지로 인한 손실이 상당한 만큼 무리해서라도 행정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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