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일’ 아파트값 4개월 연속 낙폭 확대
잇단 청약 미달 사태···미분양 적체 심화
대구시, 새 정부 기대···풍선효과 우려는 일축
국토부 “시장 상황 따라 주정심 개최할 것”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대구시의 조정대상지역 해제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구에선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현재 조정대상지역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데다 윤석열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에 따라 해제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다만 해제 이후 풍선효과가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국토교통부의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아파트값 하락률 높은 세종보다 어려워···조정대상지역 지정 요건 미달 수준 

2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구시는 지난주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요청하는 건의서를 국토교통부에 보냈다. 시가 조정지역 해제를 요청한 건 지난 1월과 2월에 이어 올해만 세 번째다. 그동안 조정대상지역 이후 정부의 규제로 인해 거래가 급감하고 매매심리가 위축됐으니 해제가 필요하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대구가 현재 조정대상지역 지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해제를 서두르는 요인으로 꼽힌다.

대구는 2020년 8월 전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조정대상지역은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한 지역이다. 아울러 ▲최근 2개월간 월평균 청약경쟁률 5대 1 초과 ▲최근 3개월간 분양권 전매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 ▲시·도별 주택보급률 또는 자가주택비율 전국평균 이하 중 1개 이상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50%로 제한된다.

 

조정대상지역 지정 이후 주택 공급 과잉 여파가 겹치며 대구 부동산 시장은 빠르게 얼어붙었다. 지난해 말부터 집값이 고점이라는 인식이 커진 데다 대출 규제∙금리 인상 등도 매수 심리를 위축시킨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 아파트값은 0.41% 내려 세종시(-0.66%)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하락률을 기록했다. 다만 세종은 전월(-0.99%)보다 낙폭이 다소 줄었고, 대구는 전월(-0.34%) 대비 하락폭이 커졌다. 대구의 경우 지난해 11월(-0.07%) 하락 전환 이후 4개월 연속 낙폭이 확대되고 있다.

◇청약 경쟁률 5대 1 밑돌아···미분양 물량 5000가구 육박할 수도

새 아파트를 찾는 수요자도 크게 줄었다. 대구 외각뿐 아니라 대구의 강남이라 불리는 수성구와 대형사들이 공급하는 단지에서도 미분양이 대거 발생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4일까지 청약 접수를 한 단지 11곳 중 10개 단지에서 미분양이 나왔다. 월평균 청약경쟁률도 지난 1월 0.2대 1, 2월 0.13대 1로 나타나며 조정대상지역 지정 기준인 5대 1을 한참 밑돌았다.

잇단 미달 사태에 미분양 물량도 급격히 쌓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월 기준 대구 미분양 주택은 3689가구다. 직전 12월(1977가구)보다 86% 증가했다. 월별 기준 2011년 말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12월 이후 분양 물량이 전환되면 미분양 숫자가 5000가구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구시 “해제 후 풍선효과 가능성 낮아”···국토부 “시장 상황 좀 더 봐야”

조정대상지역 해제는 국토부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가 결정한다. 정량적 요건 외에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정성적 평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진정 국면에 접어든 집값이 다시 치솟는 등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심의위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8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 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8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 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대구시는 지난 12월 이후 3개월 간 시장이 급격하게 악화된 만큼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풍선효과 우려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낮다”고 일축했다. 주택공급이 과잉 상태에 놓인 만큼 조정대상지역을 해제해도 가격 상승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대구의 입주물량은 1만9812가구 규모다. 이는 대구의 적정 수요 물량 1만1905가구를 한참 웃도는 것이다. 내년에는 올해의 3배 수준인 3만2623가구의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전문가들에게 자문한 결과 공급이 수요를 크게 앞지른 상황에선 풍선효과가 발생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받았다”며 “주택공급 과다로 지역 경제가 받을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조정대상지역 해제가 시급한 실정이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국토부가 새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에 발을 맞출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국토부는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대상지역 해제 논의가 언제든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주정심을 개최할 계획이 없다”며 “다만 시장 상황을 좀 더 모니터링 한 뒤 개최시기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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