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용적률 200%, 사업성 낮아 리모델링 추진 늘어
尹 용적률 500% 등 규제 완화 기대감에 재건축 선회
“정비사업 특별법 윤곽 나올 때까지 투트랙 전략 이어갈 듯”

/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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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정부의 규제를 피해 리모델링을 선택했던 1기 신도시 단지들이 재건축으로 다시 발길을 돌리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내세운 용적률 500% 상향 등 규제 완화 공약이 현실화되면 재건축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상대적으로 리모델링의 인기는 한풀 꺾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기 안양 평촌신도시 내 목련5단지(683가구)에선 재건축 추진 움직임이 일고 있다. 1993년에 지어져 올해 준공 30년 차를 맞이한 이곳은 당초 리모델링을 추진했으나 최근 일부 주민들이 재건축 추진위원회 구성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건너편에 위치한 향촌현대4차(1992년 준공∙552가구)는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동시에 재건축 전환 여부를 지속적으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1기 신도시인 산본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산본리모델링연합회는 최근 정기 회의를 열고 리모델링을 계속 추진하되 재건축 선회 가능성을 열어두기로 했다. 연합회는 개나리주공13단지와 우륵주공7단지·충무주공2단지 등 산본신도시 내 18개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구성한 단체로 지난 2월 출범했다. 이 밖에 분당과 일산∙중동 등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들도 주민 간 재건축 관련 논의가 한창이다.

리모델링 추진 일색이던 1기 신도시에 재건축 바람이 불고 있는 건 새 정부 출범 이후 정비사업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공약했다. 특별법은 토지용도 변경과 종상향 등을 통해 1기 신도시 평균 신도시 용적률을 500%로 높이 10만 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인허가 절차 간소화, 안전진단 완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등의 내용도 담겼다. 준공 30년이 넘는 노후 단지에 대해선 정밀안전진단도 면제하겠단 구상이다.

1기 신도시 내 다수 단지들은 특별법이 통과되면 재건축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사업성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1기 신도시의 용적률은 일산 169%, 분당 184%, 평촌 204%, 산본 205%, 산본 226% 등이다. 재건축을 해도 용적률 상한이 250~300%에 그치다 보니 일반분양 수익이 적어 사업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았다. 1기 신도시들이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맞았음에도 리모델링을 추진한 이유다.

이 같은 기대감에 분당에선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시범단지와 상록마을 우성, 한솔마을 한일 등 27개 단지가 연합한 ‘분당재건축연합회’는 이달 26일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어린이공원에서 정비계획 수립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연합회 측은 “분당은 준공 30년 차에 도달했지만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정비예정구역 지정 단지가 단 한곳도 없다”며 “올해 안에 분당 아파트 20%에 대한 정비예정구역 지정 및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리모델링 단지들의 재건축 선회 움직임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봤다. 동시에 리모델링 인기도 사그라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은 1990년 전후로 지어졌는데, 건물 골조를 유지한 채 지하 주차장 등을 설치해야 해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며 “주택 물량을 늘릴 수 있는 것도 제한적이라 재건축보다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재건축이 장려된다면 당연히 리모델링을 택할 요인이 적다”며 “다만 재건축 규제 완화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만큼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모두 염두에 둔 투트랙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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