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기업, 원자재 가격 인상분 철강재 가격에 반영
조선업계 수익성 악화 우려 나오지만···“업황 좋아 선가 협상력 높아져”
철강-조선업계 올 상반기 후판가격 협상 내용도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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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서지민 기자] 최근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철강재 가격 인상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조선업계의 수익성 하락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조선업계는 최근 글로벌 발주량이 늘어나는 가운데 철강재 가격 인상분을 선박 가격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수익성 개선에 힘쓰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21일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4월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가격을 톤당 10만원 인상했다. 인상된 가격은 4월 주문량부터 반영된다. 유통향 후판 가격의 경우에도 포스코는 지난 2월 3만원, 3월 3만원 인상한 데 이어 4월 주문 물량도 10만원을 추가 인상하기로 했다.

최근 철강업계는 원자재 가격 급등을 반영해 철강재 가격 인상을 이어가고 있다. 고로 제강에 필수적인 철광석과 제철용 원료탄(석탄)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올해 1월 7일 톤당 125,18달러에서 이날 147.90달러로 상승했다. 원료탄 가격의 오름세는 더 컸다. 지난 1월 4일 기준 톤당 359.58달러에서 이날 658.25달러까지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지난 15일에는 662.75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철강업계는 원자재 가격 급등에 철강재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다. 해외 철강사들도 원가 상승분을 철강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반적인 철강재 인상 압박으로 조선업계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작년 한 해 8년 만에 최대 수주량을 기록한 조선업계지만, 철강기업이 후판가격 인상폭을 늘리면서 수익성은 나아지지 않았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작년 상·하반기 두 차례 조선사들과의 후판가 협상을 통해 톤당 50만원가량을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상반기 후판가 협상이 진행 중인데, 후판가 인상폭이 커지면 조선업계 수익성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작년에 갑자기 철광석 가격이 상승하면서 후판가도 인상됐다. 기존에 수주했던 선박 가격과 선박 원가 차이는 충당금으로 해소했다”면서 “올해도 후판가 인상 압박이 있다. 후판가가 오르더라도 작년에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반영한 것도 있고, 당장 크게 타격을 입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후판가 인상 압박에 조선업계는 선박 가격 인상을 통해 철강재 가격 인상분을 상쇄하겠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선박 발주가 늘어나면서 조선업계의 협상력이 높아진 만큼 선가 인상을 꾀하겠는 것이다.

조선사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발주가 늘어나면서 조선사들의 협상력이 커진 상황이다. 발주량이 많아질수록 선주들 입장에선 빨리 선박을 받기 위해서는 빠르게 계약을 해야 한다. 국내 조선사들은 이미 2년~2년 반 정도의 수주 잔량이 차 있기 때문에 발주처를 대상으로 협상력을 갖출 수 있다”며 “올해는 고수익이 나는 배들로 선별해서 수주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조선사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라 철강재 가격도 올라가고 있다. 조선사도 같이 선가를 높이면서 철강재 가격 인상분을 상쇄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후판가 인상폭이 커지거나 발주처와의 선가 협상 등 고려 요소는 많다”고 전했다.

글로벌 선박 가격 상승 추세도 조선업계에는 호재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신조선가 지수는 2021년 2월 128에서 2022년 1월 154.26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신조선가 지수는 글로벌 선박 가격을 지수화한 것으로 높을수록 선가가 올랐다는 의미다.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발주량도 늘면서 조선업계 수익성 개선 여지도 커졌다. 대표적으로 최근 고유가 기조에 따라 LNG선 발주가 늘어나고 있다. LNG선의 경우 국내 조선사들의 주력제품으로 실제 올 1~2월 발주된 글로벌 대형 LNG 운반선 22척 중에 15척을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했다.

다만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선이 고부가가치 선박이고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엔 어떤 선박이든 소요되는 강재량은 엄청나다”라며 “결국 후판가격 협상을 어떻게 할지 여부와 선가를 얼마큼 회복시키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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