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25만대 이상 생산 체제 구축···약 2조원 투자
아이오닉5 시작으로 전기차 양산···주문 생산 및 온·오프라인 판매 병행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모습. / 사진=현대차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모습. / 사진=현대차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지역 최초 완성차 생산 거점을 인도네시아에 짓는다. 현대차는 인구 6억 이상의 아세안 시장 공략을 위해 인도네시아 공장을 전략적 교두보로 활용할 계획이다.

16일(현지시각)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브카시 델타마스 공단내 위치한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준공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 및 현대차 임직원이 참석했다.

정의선 회장은 “인도네시아는 현대차 미래 모빌리티 전략의 핵심 거점”이라며 “인도네시아 공장은 전기차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은 77만7000㎡ 부지로 올해 말까지 15만대 생산 능력을 갖추고, 향후 25만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투자비용은 제품 개발 및 공장 운영비를 포함해 약 15억5000만달러(약 1조9173억원) 규모다.

인도네시아 공장은 엔진, 의장, 도장, 프레스, 차체 공장, 모빌리티 이노베이션 센터 등을 갖춘 현대차 최초 아세안 지역 완성차 공장이다. 이 공장을 통해 현대차는 아세안 시장을 위한 전략 차종 육성부터 생산, 판매까지 모두 가능하다.

친환경 공법을 적용한 것도 특징이다. 태양광 발전 설비로 공장 전력 일부를 생산하고, 수용성 도장 공법으로 휘발성유기화합물 발생을 최소화했다. 또 대기오염 저감 설비를 통해 대기오염 발생을 줄이고 도정 공정에 원적외선 오븐을 적용해 열손실을 억제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아이오닉5에 서명을 하고 있다. / 사진=현대차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아이오닉5에 서명을 하고 있다. / 사진=현대차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아이오닉5를 양산한다. 아이오닉5는 현대차그룹이 아세안에서 생산하는 최초 전용 전기차이자 인도네시아 진출 브랜드 중에서는 처음으로 현지에서 생산하는 전기차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서 전용 전기차를 생산하며 아세안 각국의 친환경차 전환 정책을 촉진하고, 일본 기업들이 70% 이상 점유하고 있는 아세안 주요 완성차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지난해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서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코나 일렉트릭을 총 605대 판매, 현지 전기차 시장 점유율 87%를 차지한 바 있다.

아울러 아이오닉5는 오는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과 함께 공식 차량으로 지원된다.

현대차는 현재 현지에서 ‘크레타’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 중 싼타페, 하반기에는 아세안 전략차로 신규 개발한 소형 다목적차량(MPV)을 생산할 계획이다.

현지 생산 체제 뿐 아니라, 현대차는 시장 선점을 위해 현지 맞춤형 전략을 전개한다. 제품 개발은 철저한 아세안 전략 모델 개발을 위해 사전에 별도 조직을 구성해 본사와 인도네시아 현지 간 상품 개발부터 양산까지 긴밀한 협업 체계를 가동한다. 또 현지에 최적화된 경쟁력 있는 제품 출시를 위해 국내 및 현지 부품사 간 기술 제휴를 추진해 현지 부품사 기술 역량을 강화한다.

생산·판매 체계도 고객 중심으로 운영한다. 우선 소비자 주문을 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주문 생산 방식’을 채용하기로 했다. 주문 생산 방식은 소비자들은 제품 사양을 주문 시 선택할 수 있고 생산자는 재고 관리 비용 등을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판매 방식 변화도 모색한다. 온라인 판매 플랫폼인 ‘클릭투바이’를 구축하고, 인도네시아 브랜드 최초로 온라인에서 금융, 결제까지 가능한 온라인 완전 판매를 구현한다. 또 현지 ‘몰링 문화(복합쇼핑몰에서 쇼핑·외식·휴식·문화생활 등을 한번에 즐기는 방식)’를 고려해 인도네시아 주요 쇼핑몰 내에 딜러를 입점시켜 고객 경험 강화를 위한 전략적 오프라인 거점으로 구축한 ‘시티스토어’를 현재 10개소 오픈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 건립으로 아세안 신시장 개척을 통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아세안 지역은 완성차에 대한 역외 관세가 국가별로 최대 80%에 이를 정도로 관세 장벽이 높지만 아세안자유무역협정(AFTA)에 따라 2018년부터 부품 현지화율이 40% 이상일 경우 협정 참가국 간 무관세 혜택이 주어진다.

이는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아세안 국가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지난 2019년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맺은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에 따라, 완성차 생산에 쓰이는 철강 제품과 자동차 부품 등을 한국에서 인도네시아로 보낼 때 높은 관세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거나 다른 나라보다 불합리한 대우를 받지 않게 됐다.

한편 인도네시아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연 100만대 이상의 자동차가 판매된 아세안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아세안 주요 5개국의 자동차 시장은 2025년 약 358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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