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노태문 선임 반대···국민연금은 경계현·박학규·김한조·김종훈 반대
삼성전자 지배구조상 안건 통과 유력···표결집 어렵고 외국인주주 다수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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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삼성전자의 정기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주가 하락에 뿔난 소액주주들이 결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동학개미 운동으로 명실상부한 국민주가 됐지만 삼성전자는 최근 '10만' 전자는 커녕 '6만' 전자 위기에 몰려 있다.

소액주주들은 주가 하락의 책임을 물어 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하자고 독려하고 있고 국민연금 등도 대부분의 이사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대주주 지분율이 여전히 높고 주주총회에서 개인들의 표 결집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에 결국 안건이 통과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 삼성전자 주총 D-1, 안건 반대표 ‘결집’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주총회는 16일 오전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다.

주주총회 상정 안건은 제1호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제2호 이사 선임의 건, 제3호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 3안이다. 제2호 이사 선임 안건은 경계현 DS부문장과 노태문 MX사업부장, 박학규 DX부문 경영지원실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등 사장 4명의 사내이사 선임과 김한조 하나금융공익재단 이사장, 한화진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 석좌교수, 김준성 전 싱가포르투자청 매니징 디렉터의 사외이사 선임, 김한조 이사장과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의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등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부터 전자투표 시스템을 도입했기에 주주들은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온라인 주주총회 투표는 한국예탁결제원의 K-VOTE 시스템을 통해 지난 6일부터 이날까지 진행된다.

온라인으로 표출되는 삼성전자 소액주주들의 분위기는 험악하다. 삼성전자 주주 수는 2020년 말 215만명 수준이었지만 이후 동학개미 열풍으로 지난해말 507만명까지 늘어났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초 9만6000원을 돌파하며 10만전자를 목표로 하기도 했지만 이후 하락세가 지속됐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6만9500원에 장을 마쳤다.

최근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갤럭시S22의 원가절감에 따른 발열을 방지하기 위해 기기 성능을 고의로 저하시켰다는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 사태로 곤란한 상황이다. 여기에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역시 수율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주주들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이번 주총에서 노태문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반대표 행사를 호소하고 있다.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 역시 이번 주주총회에서 주요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기금 의결권행사 지침(스튜어드십코드)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 선임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하겠다고 밝힌 대상은 경계현·박학규·김한조·김종훈 등이다. 국민연금은 구체적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삼성웰스토리의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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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찻잔 속 태풍일 가능성도

반대 여론에도 삼성전자 지배구조상 이번 주주총회에서 모든 안건이 통과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지난해말 기준 삼성전자의 단일 최대주주는 삼성생명으로 지분 8.74%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물산 지분 5.01%와 이재용 부회장 일가 지분을 합치면 대주주 측 우호 지분율 합은 21.14%에 달한다.

반면 국민연금 지분율은 8.53%에 그친다. 기관투자가인 블랙록이 지분 5.03%를 가지고 있고 나머지는 소액주주로 65.71%다. 하지만 지난해말 기준 전체 주주 가운데 외국인 비중이 51.9%다. 이를 고려하면 사실상 국내 개인투자자 비중은 많아봤자 10%대 초중반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국내 개인투자자들과 국민연금의 선임 반대 인물이 전혀 다르다는 점도 표결집이 힘든 원인이다. 소액주주들은 노태문 사장 반대표에 집중하고 있지만 국민연금은 정작 노태문 사장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국내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잦은 매매로 실질적 투표권 행사도 많지 않다. 주주총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려면 지난해말보다 2영업일 이전에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 이후 삼성전자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투표권이 없고 올해 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매도한 투자자가 이번 주주총회에 표를 행사할 가능성 역시 낮다.

국민연금 역시 그동안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앞서 국민연금은 2018년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 이상훈 전 사장의 이사회 의장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지만 주주총회에서 안건은 결국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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