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체결 당시 시민단체 중심으로 제기된 갖가지 우려섞인 주장들, 대체로 현실화 안 돼
“단순 무역효과 넘어 한미동맹 강화 효과 커”

안성일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미FTA 발효 10주년 기념'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안성일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미FTA 발효 10주년 기념'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1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10년을 맞이했다. 체결 당시 많은 이들이 한미 FTA를 적극적으로 반대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결국 결과적으로 한국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당시 체결을 안했다면 무역 뿐 아니라, 외교적으로도 한미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 FTA는 체결 전까지 그야말로 논란에 논란을 거듭했던 국가적 이슈였다. 최종적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발효됐지만, 사실 논의의 시작은 참여정부였다. 당시 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진보세력의 반대에도 한미 FTA 추진에 나섰다. 모든 정치적 논란을 배제한 채 오직 국익을 보고 진행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한미 FTA 협상은 2007년 타결됐으나, 이후 국회 비준안 통과 문제 및 재협상 논란 등을 거치다 2012년이 돼서야 발표됐다. 그 과정에서 줄곧 진보세력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당시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10년이 된 지금까지 현실화 되지 않은 것들이 많은 것으로 확인된다.

그 때 반대론자들의 주요 반대 근거를 보면 ▲한미 FTA가 발효되면 약값과 병원비가 폭등해 건강보험재정이 위험해진다 ▲경제위기의 미국과 교역해봤자 무역흑자가 줄고 적자가 된다 ▲농업 없는 한국이 된다 ▲한미동맹 강화가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안 된다 ▲투자자 국가제소제도(ISD)로 소송이 남발될 것이다 등인데 10년이 지난 지금 보면 대부분 현실과 다른 모습이다. 한 재계 인사는 “당시 한미 FTA에 대한 반대 근거와 지금의 현실을 비교해 보면 경제는 이념이 아니라, 경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미 FTA 발표 첫해인 2012년 118억달러였던 양국 간 무역 규모는 지난해 1691억달러로 66.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세계 전체에 대한 무역규모는 17.9% 늘었다. 같은 기간 대미 수출은 2012년 585억달러에서 959억달러로 61.1% 증가했고, 수입은 433억달러에서 732억달러로 69% 늘었다. 미국을 상대로 한 무역은 매년 흑자를 유지하며 2012년 152억달러에서 지난해 227억달러로 불어났다.

◆한미 FTA에 무너진다던 농축산물 수출도 95.2% 증가

오히려 불만은 미국 측에서 나왔다. 한국이 계속해서 무역 흑자를 내는 것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우리 정부를 상대로 한미 FTA 개정협상 압박을 가한 바 있다. 한미 FTA는 ‘한국만 손해를 보는 을사늑약과 같은 것’이라던 당시 일부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먼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기업들은 한미 FTA 효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미 FTA 10주년을 맞아 대미 수출입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이나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답변이 97.3%로 절대적이었다.

기업들이 꼽는 한미 FTA의 핵심적인 긍정적 영향은 역시 관세 철폐로 인한 가격경쟁력 향상이다. 세계 최대 시장이자 각 국 대표 브랜드들의 각축전이 벌어지는 미국에서의 가격경쟁력은 곧 기업 경쟁력으로 연결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제네시스가 전년 대비 3배나 판매량이 늘어나는 등 현대차가 선전하고 있다”며 “한미 FTA가 아니었다면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미국시장에서 현대차가 선전하기 굉장히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로 가장 피해가 우려됐던 농축산물들의 수출 역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반대론자들은 값싼 미국 농수산물에 밀려 국내 농수산시장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한미 FTA 발효 후 10년 간 농축산물 수출액은 발효 전(2007~2011년) 대비 95.2% 증가했고 수산물 수출액도 99.4% 증가했다. 농축수산물과 수산물 수입액은 각각 34.1%, 73.9% 늘었다.

전문가들은 한미 FTA가 단순히 무역수지를 늘리는 것을 넘어 한미 외교관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특히, 자국 이익 우선주의가 강해지는 분위기 속 미국과의 공조를 유지하는데 적잖은 도움을 줬다는 설명이다.

이소원 전경련 미구주협력팀장은 “한미 FTA는 한미동맹을 강화시킨 측면이 있다”며 “경제가 곧 안보로 이어지는 상황인데, 당시 한미 FTA를 체결하지 않았다면 한미동맹 약화로 국가 위상 및 안보에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등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실제로 크게 걱정할만한 사안은 없었다”며 “한미 FTA가 있어서 그나마 지금 상황에서도 한미 외교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고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전경련은 15일 한미 FTA 10주년을 맞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개방과 경쟁, 페어플레이와 ‘상호 윈윈'’이 한미 FTA의 핵심 정신이었다”며 “자국 보호주의가 만연한 요즘 이러한 정신이 전 세계에 귀감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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