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양도세 개편···국회서 야당과 협치 필수
취득세 면제·공정가액비율 인하 먼저 추진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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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추진할 부동산 세제 개편은 국회 동의가 필수인 만큼 야당과의 협치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부동산 세금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시장에선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세제 개편 공약 상당수가 국회 의결 사항이기 때문이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취득세 면제 등 국회 동의가 필요 없는 정책부터 실행될 전망이다.

◇’이중 과세’ 논란, 보유세 개편···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14일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부담을 줄이고, 양도소득세∙취득세를 경감해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겠다고 공언했다. 5월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부동산세제 전반의 정상화 방안 태스크 포스’(TF)를 운영해 세제 전반을 개선할 방침이다. 부동산 세제를 시장 관리 목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조세 원리에 맞게 개편하겠다는 게 윤 당선인의 계획이다.

대표적인 보유세 개편안으론 종부세와 재산세의 통합이 있다. 주택가격 상승에 따라 종부세를 고지 받은 납세자들이 늘어난 가운데 종부세·재산세를 모두 부과하는 ‘이중 과제’ 논란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아울러 1주택자 종부세율(현재 0.6~3.0%)을 5년 전 수준(0.5~2.0%)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거래세 부담 완화도 추진한다. 양도세 중과를 2년 동안 한시적으로 유예하고 양도세 중과 정책 자체에 대한 재검토할 예정이다. 과도한 양도세가 다주택자 매물을 묶었고 부동산 시장 불안으로 이어졌다는 판단에서다.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처분할 수 있는 퇴로를 열어주고 주택 거래 정상화를 꾀하겠다는 게 윤 당선인의 구상이다. 국민의힘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이상 다주택자에게 부과되는 양도세 중과를 오는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2년간 면제한다는 내용이다.

◇주요 세제 개편안, 국회 문턱 넘어야···야당과 협치 필수

문제는 개편안이 실현되려면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점이다. 세율 조정이나 종부세·재산세 통합은 종부세법과 소득세법, 지방세법 등의 법률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이 경우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하는 데 야당과의 협치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한 추진 과정에서 재정여건이 낮은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국세인 종부세는 전액이 지자체에 배분되는데 재정이 열악한 지역에 조금 더 많은 재원이 가도록 설계돼 있다. 지방세인 재산세와 통합할 경우 고가주택이 많은 수도권에만 세수가 몰려 지역 간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도세 완화 역시 난관이 예상된다. 야당의 반발과 ‘부자 감세’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 개정을 위해선 야당 설득이 관건이 될 것이다”며 “1주택 종부세율 환원이나 다주택 양도세 중과 재검토 등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자체를 부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 민주당의 반발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고 말했다. 이어 “양도세 유예의 경우 이미 상당한 시세 차익을 얻은 다주택자들에게 또 다시 세금을 면제해준다는 내용이어서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생애 최초 취득세 면제·공정가액비율 조정, 정부 시행령으로 속도 낼 듯

시장에선 국회 도움 없이 정부 재량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정책 위주로 세제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봤다. 대표적으로 취득세 완화가 있다. 윤 당선인은 공약을 통해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해 취득세를 면제하거나 1% 단일 세율을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취득세 조정은 법 개정 없이 정부의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해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정책으로 꼽힌다.

종부세·재산세 산정 시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의 조정도 새 정부가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이다.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과세표준(세금 부과 기준)을 정할 때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로, 낮출수록 과세 대상 금액이 줄어든다. 가령 주택 공시가격이 10억원일 때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60%라면, 6억원을 과세표준으로 삼아 세금을 부과한다.

윤 당선인은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재 수준의 95%에서 동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주택 공시가격은 2020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재산세도 공정시장가액비율(현행 60%)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종부세는 60~100% 범위에서, 재산세는 40~80% 범위에서 국회의 법률 개정을 거치지 않고 시행령 개정으로 조정할 수 있다.

이 밖에 종부세 ‘세 부담 증가율 상한 인하’ 공약 역시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하다. 1주택자·비조정지역 2주택자의 세 부담 증가율 상한은 기존 150%에서 50%로, 조정지역 2주택자·3주택자·법인 등의 상한은 300%에서 200%로 인하하는 게 골자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취득세 면제를 비롯 공정시장가액비율 하향 조정, 세 부담 증가율 상한 조정 등은 정부가 국회 동의 없이 시행령으로 추진할 수 있는 데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도 제안했던 공약인 만큼 무난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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