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지검 합수단장 시절 뇌물·향응 등 받고 전 동료 편의 봐준 혐의
2016년 검찰 뇌물죄 무혐의 처분···스폰서 김씨 고발로 사건 재부상

집행유예 받은 김형준 전 부장검사. / 사진=연합뉴스
김형준 전 부장검사.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사출신 전 동료 변호사에게 금품·향응을 받고 수사 편의를 봐준 혐의로 김형준(52) 전 부장검사를 재판에 넘겼다. 공수처 출범 414일 만의 첫 기소권 행사로, 김 부장검사에 대한 과거 검찰의 무혐의 판단을 뒤집은 결과다.

공수처는 수사 편의를 봐준 대가로 1100만원 가량의 뇌물과 향응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김 전 부장검사를 불구속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5∼2016년 그의 옛 검찰 동료였던 박아무개 변호사의 자본시장법위반 사건 처리와 관련해 뇌물과 향응 접대를 받은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는 이날 박 변호사도 뇌물공여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5년 10월 미공개정보 이용으로 인한 박 변호사의 자본시장법위반 사건을 대검찰청에 수사의뢰했고, 이 사건은 김 전 부장검사가 단장으로 있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에 배당됐다.

김 전 부장검사는 이듬해 1월 예금보험공사 금융부실책임조사본부장으로 인사이동하기 직전, 소속 검사에게 박 변호사를 조사하게 했다. 인사이동 뒤에는 중·고교동창인 ‘스폰서’ 김아무개씨 횡령 등 사건 변호를 박 변호사에게 부탁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박 변호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은 2017년 4월 혐의없음으로 종결됐다.

피고인들은 조사 과정에서 김 전 부장검사의 인사이동에 따라 ‘직무관련성’이나 ‘대가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공수처는 과거 담당했던 직무나 장래 담당할 직무도 ‘직무’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 등을 근거로 기소를 결정했다.

다만 기소되지 않은 3차례 4500만원의 금전거래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의 관계와 돈을 융통한 동기, 변제 및 변제 시점 등을 고려해 불기소 처분했다.

한편 김 전 부장검사는 스폰서 김씨의 수사 편의를 봐주며 금품·향응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지난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 받은 바 있다. 이번에 공수처가 기소한 혐의는 2016년 검찰이 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을 수사하며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고 종결한 내용이다. 당시 대검찰청은 박 변호사 사건에서 김 전 부장검사의 수사 무마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론 낸 바 있다.

이 사건은 지난 2019년 10월 스폰서 김씨가 ‘김 전 부장검사가 박 변호사 범죄혐의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며 김 전 부장검사를 고발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이듬해 10월 김 전 부장검사와 박 변호사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지난해 6월 이 사건을 공수처로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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