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선거운동 과정서 “105석 소수정당으로 법안 하나 통과시킬 수 없는 식물대통령을 선택하겠나” 발언 나와
부동산법 개정 등 결국 더불어민주당 동의 없이 불가능···행정명령은 국회동의 없이 가능하지만 범위 제한적
윤 당선인은 물론 172석 민주당도 협치의 키와 책임 쥐고 있어···6월 지방선거 앞두고 있어 양쪽 모두 협치해야 할 유인 존재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표직 사퇴의사를 밝히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표직 사퇴의사를 밝히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제 20대 대통령 당선인이 됐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윤 후보 발언, 가족 등과 관련 여러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당선된 건 현 정권에 대한 실망감과 심판론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많은 이들이 윤석열 부동산 공약 등이 실현 될지 관심을 갖지만 여소야대 상황이 변수입니다. 실제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선거운동을 하며 국민의힘은 “105석 소수정당으로 법안 하나 통과시킬 수 없는 식물대통령을 선택하겠나”라며 노골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는데요.

여소야대, 즉 여당 의석수가 훨씬 많은 상황에 과연 윤석열 공약들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요?

현재 상황을 놓고 보면 공약 이행이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일부 여당 지지자분들 사이에선 여전히 ‘어디 공약대로 법 통과할 수 있나 보자’라고 하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이번 선거를 거치며 깊어진 마음 속 갈등의 골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중요한 건 지지자분들보다 실제 여당 의원들 생각인데,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식물대통령’을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의석수를 비교하면 더불어민주당은 172석, 국민의힘은 이번 재보궐선거 당선자를 반영해도 110석입니다. 본회의 일반의결 정족수는 재적의원 과반출석에 과반찬성입니다. 국민의힘이 110석에 나머지 모든 표를 모아도 과반이 안 됩니다. 이를 보면 얼마나 여전히 여당이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일각에선 정부가 국회의원에게 법률안을 제출토록 하는 관행, 이른바 ‘청부입법’을 통해 몇몇 법안을 힘 있게 밀고갈 수 있는 것 아니냐고도 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결국 국회에서 다뤄지기에 여소야대 상황엔 완주가 어렵습니다. ‘대통령령’을 통해 국회 동의 없이 추진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그 적용 범위나 영향이 제한적이라 공약을 밀고 갈 수 있는 힘은 없습니다. 윤석열 당선인에 대해 여기저기서 ‘협치’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현재 상황을 보면 협치의 키는 윤 당선인 뿐 아니라, 여당에게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협치와 관련해 희망을 갖게 하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바로 실익을 위해 양쪽 모두 협치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윤 당선인 입장에선 일단 여당 협력 없인 그야말로 식물대통령이 된다는 점이 때문에 협치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상황입니다. 이것저것 하겠다고 공약을 만들어놨는데 여당에 막혀 못하게 되면 실제로 ‘식물대통령’이 될테니까요.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찌됐든 더 많은 지역, 국민들이 윤 당선인의 정책방향을 선택했는데 무조건 ‘어디 통과되나 보자’라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면 사실상 절반 국민들 상대로 한번 싸워보자는 태도밖에 안 되고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정책공약들에 대해 의석수를 바탕으로 반대하는 방법을 택할수도 있겠지만, 이번 대선 결과를 놓고 볼 때 그런 모습은 국민들을 자극해 6월 지방선거 등 이후 선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처럼 양쪽모두 협치가 선택이 아닌 필수처럼 보이는데요. 이유가 무엇이든 이제는 좀 양 정치세력이 협치하는 척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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