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휘둘리지 않는 게 3·1절 정신”

기념사 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기념사 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3·1절을 맞아 “한때 불행했던 과거로 인해 때때로 덧나는 이웃나라 국민의 상처를 공감할 수 있을 때 일본은 신뢰받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10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일본이 선진국으로서 리더십을 가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은 역사를 직시하고, 역사 앞에 겸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제대로 인정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 것이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한일 양국의 협력은 미래세대를 위한 현세대의 책무다. 우리 선조들은 3∙1독립운동 선언에서 묵은 원한과 일시적 감정을 극복하고 동양의 평화를 위해 함께하자고 일본에 제안했다”며 “지금 우리의 마음도 같다”고 말했다. 

또 “지역의 평화와 번영은 물론 코로나와 기후위기, 그리고 공급망 위기와 새로운 경제질서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 과제의 대응에 함께하기 위해 항상 대화의 문을 열어둘 것”이라고 덧붙엿다.

결국 한일 간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날 문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염두해 우회적으로 언급하며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힘으로 패권을 차지하려는 자국중심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고, 신냉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코로나 위기 속에 국제질서가 요동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게는 폭력과 차별, 불의에 항거하며 패권적 국제질서를 거부한 3·1독립운동의 정신이 흐르고 있다”며 “3·1 독립운동의 정신이 오늘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강대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의 역사를 우리가 주도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안보인 시대, 글로벌 공급망의 어려움도 헤쳐 나가고 있다”며 “이제 우리에게는 다자주의에 입각한 연대와 협력을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더 강해지기 위해 한번도 평화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3·1독립운동에는 남과 북이 없었다”며 “평화를 지속시키기 위한 대화의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3·1절 기념식에서는 총 219명의 독립유공자가 건국훈장·포장 등 정부포상을 받았다.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개관을 기념해 건립 유공자에도 국민훈장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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