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현지 공장있는 자동차 업종에 부정적 전망 나와
조선업과 반도체 업종도 금융 제재와 수출 제한에 따른 우려 존재
세 업종 모두 수출 비중 크지 않다는 점에서 영향 제한 의견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 업종별 영향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쟁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의 제재에 따른 업종별 유불리도 나타날 수 있는 까닭이다. 러시아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과 원재료를 수입하는 업종이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파장이 확대되면서 국내 증시의 주된 리스크로 자리잡고 있다. 전반적인 투자 심리를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일부 업종이나 기업에 실제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투자자들에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슈가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따른 서방 국가들의 제재가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당초 예상 보다 강도가 높은 제재가 이뤄지고 있는 까닭이다. 지난 26일(현지 시각)의 경우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일부 러시아 은행을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스위프트는 200여개국 1만1000여곳이 넘는 금융기관이 사용하는 결제 및 송금 전산망이다. 스위프트에서 배제되면 외국으로부터 결제와 송금이 멈춰 사실상 글로벌 사업이 어려워진다. 반대로 러시아에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의 경우 대금 결제 지연과 중단, 우회 결제를 위한 추가적인 비용 발생 등 측면에서 악재 요인으로 평가된다.

국내 업종에서는 대표적으로 자동차 업종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對)러시아 수출액은 99억8000만 달러(약 12조원)인데, 이 중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업종의 비중은 각각 25.5%, 15.1% 수준이다.  

표=정승아 디자이너.
표=정승아 디자이너.

국내 완성차 종목 중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피해 여부가 주목된다. KB증권이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의 경우 러시아에 현지 공장을 운용하고 있는데 이는 글로벌 공장 출하의 6.4% 수준이다. 판매만 놓고 보면 지난 1월 기준 러시아 시장은 현대차 글로벌 판매의 4%, 기아차의 5.6%다. KB증권은 루블화 노출 규모는 연간 1조2000억원 수준으로 루블화 가치 변동에 따른 손익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현대차 주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태다. 현대차는 이날 장중 3.45% 하락한 16만8000원까지 내리기도 했는데 이는 2020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주가 수준이다. 현대차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침공하기 시작한 지난 24일에도 4% 넘게 하락한 바 있다.  

다만 러시아에 대한 국내 완성차의 매출 비중이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도한 우려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되레 업황 턴어라운드 가능성,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G-EMP의 라인업 확대, 글로벌 완성차 대비 저평가된 밸류에이션 등 향후 주가 상승 기대 요인도 많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조선업종 역시 우려가 발생하고 있는 업종으로 분류된다.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가 러시아로부터 수주한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관련 계약 규모가 7조원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조선업체들이 선수금을 적게 받고 인도 대금을 많이 받는 형태의 계약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 금융 제재 장기화 시 대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조선업종 역시 금융제재가 수년 간 장기화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건조 기간 수주금액의 일부를 이미 수령했다는 점에서 과도한 걱정이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도리어 이번 이슈가 LNG선 수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우크라이나 사태 조선업종에 우호적으로 작용’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번 사태가 LNG운반선 수요를 촉진할 것”이라며 “EU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대체하기 위해 타 지역에서 천연가스를 LNG 형태로 수입해야 하고 러시아 입장에서도 유럽 외 지역으로 수출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LNG선이 필요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업종 역시 상반된 전망이 모두 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반도체 업황이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러시아에 대한 반도체 직접 수출 규모는 작지만 미국의 수출규제로 인해 다른 반도체 제조사들의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전방 산업 위축으로 교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미국은 러시아를 상대로 반도체를 포함한 7개분야 수출 통제 조치를 했는데, 미국산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제3국의 생산제품도 미국산으로 간주해 수출 제한을 할 수 있는 해외직접제품규제(FDPR)도 이번 경제 제재에 포함했다. 반도체의 경우 미국 특허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 역시 러시아 수출길이 막힐 가능성이 높다.

이 역시 국내 반도체 업종에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날 ‘러시아 침공으로 인한 한국 반도체 직접 영향은 제한적 수준’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국내 반도체 업계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 수출 비중이 극히 낮고 우려 요인으로 제기된 반도체 소재 공급 이슈와 관련해선 이미 재고가 충분하고 국산화도 이뤄진 상태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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