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민수 대표 “신뢰 잃어 책임 느껴”
“메타버스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도전”

2019~2021년 카카오 실적/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카카오가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이어 카카오페이 먹튀 논란 등에 사과하며 혁신을 약속했다. 올해 카카오는 메타버스 등 새로운 플랫폼 사업을 준비하며 성장동력을 마련할 계획이다. 

11일 카카오는 지난해 매출 6조1361억원, 영업이익 596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이다. 각각 전년 대비 48%, 31% 성장했다. 2019년 3조701억원, 2020년 4조1568억원에 이어 ‘연 매출 6조 클럽’에 진입했다.

지난해 4분기 연결 매출은 1조78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085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했다. 

◇ 플랫폼 성장, 올해도 이어져···커머스 거래액 10조 예상

플랫폼과 콘텐츠 모두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가운데,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페이 등 플랫폼 기타 매출이 107% 증가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2021년 카카오 부문별 매출/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사업부문별로 보면 4분기 기준 톡비즈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30% 증가한 4750억원을 달성했다. 커머스 거래액 성장에 따라 호실적을 기록했다. 카카오에 따르면 선물하기, 톡스토어, 메이커스 등 지난해 거래액은 전년대비 43% 성장했다.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높은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톡비즈 사업은 작년에 보여줬던 성장률을 올해 다시 한번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도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커머스 거래액이 10조원을 충분히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플랫폼 기타 매출은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페이 결제 사업 성장과 카카오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매출 증가에 따라 3991억원을 기록했다.

여 대표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코로나19로 이동에 많은 제약이 있었던 상황에서도 기술과 서비스의 혁신을 통해 이용자의 선택권을 넓히면서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며 “청각 장애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착한일자리 창출과 전기차 보급 등 ESG경영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카카오모빌리티는 첫 테크 컨퍼런스인 ‘넥스트 모빌리티 2022’를 개최하고 미래 모빌리티 구상을 밝혔다. 지금까지 카카오모빌리티가 ‘사람의 이동’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AI에 의한 서비스와 사물의 이동’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실세계 공간정보를 디지털화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 콘텐츠 부문, 글로벌 시장 공략으로 외형성장

콘텐츠 부문도 뮤직을 제외한 게임, 스토리, 미디어 부문은 두자릿 수 성장을 나타냈다.  스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 성장한 2113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IP확대로 거래액이 늘었고, 픽코마가 일본 디지털 만화시장에서 선전하며 호실적을 이끌었단 분석이다. 

여 대표는 “지난해 북미, 일본, 태국, 대만 등 각국에 포진한 글로벌 스토리 플랫폼의 거래액은 전년 대비 51% 성장한 1조1595억원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픽코마 2021년 거래액은 전년 대비 74% 증가한 7227억원을 달성했다”며 “한국형 웹툰이 일본만화 매니아층을 넘어 더 넓은 이용자층에도 인기를 끌면서 새로운 콘텐츠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지난해 거래액 역시 47% 성장한 7767억원을 달성했다. 지난 4분기 타파스, 래디시에 이어 우시아월드까지 인수를 마무리하며 남성층을 대상으로하는 무협 소설까지 확장했다.

올해 카카오는 콘텐츠 부문을 통해 글로벌 무대로 영역을 확장한다. 여 대표는 “카카오픽코마는 오리지널 콘텐츠, 개인화된 추천 알고리즘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기반으로 프랑스를 시작으로 유럽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라며 “카카오엔터는 고품질의 콘텐츠를 앞세워 더 많은 언어권에서 오리지널 IP를 선보이며 외형 성장을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남궁훈 카카오 단독대표 내정자 / 사진 = 카카오
남궁훈 카카오 단독대표 내정자 / 사진 = 카카오

◇ 떠나는 여민수···카카오 새로운 혁신은 ‘메타버스’

이번 실적발표는 여민수 대표의 마지막 성과였다. 2018년 수장직에 오른 여 대표는 지난 4년간 카카오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골목상권 침해 비판,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먹튀 논란 등 잇따른 사회적 지적에 수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자리에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여 대표는 “지난 4년간 카카오가 걸어온 길을 반추해보면 가파른 성장을 일궈냈지만, 그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었고 사회의 신뢰를 잃은 것 같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다시 한번 최근까지 불거진 카카오를 둘러싼 논란들에 대해 사과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최근 증권시장에서 벌어진 논란을 의식해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향후 3년간 카카오 별도 기준 잉여현금흐름 15~30%를 재원으로 이 중 5%를 현금배당, 10~25%를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사용한다. 3년간 최소한의 기본 주당 배당금을 유지하면서 회사 성장에 따라 추가 배당할 예정이다. 올해는 총 3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한다.

카카오 차기 수장은 카카오 남궁훈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맡게됐다. 남궁 내정자는 오는 3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된다. 남궁 내정자는 글로벌 시장 공략과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책임 경영이란 과제를 떠안게 됐다.

카카오의 새로운 먹거리는 메타버스 관련 사업이 될 전망이다. 카카오 공동체에는 클레이튼, 보라 등 블록체인 플랫폼, 가상화폐 지갑 서비스인 클립, 원천 IP 등 활용 가능한 자산들이 있다. 카카오는 이를 기반으로 메타버스 세상을 새롭게 구성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배재현 CIO는 “올해 클레이튼 블록체인은 본격적으로 메타버스 구축을 위한 플랫폼으로 성장해가고자 한다”며 “메타버스의 주요 구성요소가 게임과 가장 유사한만큼 상반기에 대형 게임사들이 클레이튼 플랫폼에 진출하며 P2E를 포함한 게임파이(Game-fi) 생태계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 8일 카카오게임즈는 ‘보라’를 게임과 콘텐츠 프로젝트에 최적화된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고 클레이튼과 연관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클레이튼은 미국, 일본,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등 글로벌 기업들과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빠르게 생태계를 확장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자회사 그라운드X를 통해 NFT 사업도 전개한다고 밝혔다. 그라운드X는 지난해 NFT거래 플랫폼 ‘클랫드롭스’를 개편해 디지털 작품을 큐레이션해 유통하는 원데이 원드랍(1D1D) 서비스를 선보였다. 클립드롭스의 원데이 원드랍은 출시 이후 누적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다. 

배 CIO는 “지난달 카카오엔터의 ‘나 혼자만 레벨업’과 관련된 300개의 NFT가 공개되자마자 바로 매진됐다”며 “이는 카카오 공동체가 가진 다양한 IP 자산과 그라운드X의 NFT 플랫폼이 향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너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넥스트 카카오(Next Kakao)’의 비전과 방향이 새로운 기회에 중심이 있어야 한다”며 “단순히 기술로 기존의 사업들을 혁신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산업, 새로운 땅에 도전하고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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