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역대급 조건 제시···약속 미이행 시 시공사 재신임 약속
롯데건설 총력···수주전 패배 시 브랜드 이미지 훼손 불가피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HDC현대산업개발과 롯데건설이 ‘관양현대’ 재건축 사업 수주에 사활을 걸었다. 이번 수주전은 광주 사고 이후 HDC현산에 대한 민심을 확인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롯데건설 입장에선 경쟁력이 떨어진 HDC현산에 시공권 뺏길 경우 기업 이미지는 물론 브랜드 가치가 크게 흔들릴 수 있어 총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 관양현대아파트(904가구∙1985년 4월 준공) 재건축 조합은 내일(5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한다. 입찰에는 롯데건설과 HDC현산이 각각 보증금 200억원을 내고 참여했다. 관양현대 재건축은 6만2557㎡ 부지에 지하 3층~지상 32층, 15개 동, 1305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예상 공사비는 4200억원이다.

경기 안양 관양현대아파트 입구에 재건축 관련 현수막이 붙어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경기 안양 관양현대아파트 입구에 재건축 관련 현수막이 붙어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이번 수주전은 4000억원이 넘는 공사비 외에도 두 건설사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특히 HDC현산은 도시정비사업에서 재기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롯데건설과 물밑 경쟁을 펼치며 팽팽한 수주전을 벌였으나 광주 사고 이후 코너에 몰렸다. 또 전국 정비사업장에선 HDC현산 시공사 해지∙컨소시엄 배제∙아이파크 브랜드 보이콧 등 퇴출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사업을 따내지 못할 경우 부정적인 이미지가 그대로 굳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반면 수주에 성공할 경우 신뢰 회복의 발판이 될 수 있음은 물론 향후 다른 수주전도 노려볼 수 있다.

HDC현산은 악화된 여론을 돌리기 위해 파격적인 사업조건을 내걸었다. 눈에 띄는 조건은 ‘관리처분총회 전 시공사 재신임 절차’다. 시공사로 선정된 이후 조합에 내건 약속 이행 여부에 따라 시공사 재신임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절차 이행에 따른 비용도 부담한다. 이러한 제안은 정비업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또 안전결함 보증기간도 30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연이은 안전사고로 불안감을 드러내는 조합원들의 마음을 달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단지명, 아이파크 대신 조합원이 결정 ▲SPC 설립 통한 사업추진비 2조원 조달 ▲사업추진비 세대당 7000만원 지급 ▲월드클래스 설계 ▲안양 최고 시세(3.3㎡당 4800만원) 기준 일반분양가 100% 반영 ▲미분양 발생 시 대물변제 ▲매월 공사 진행 현황 및 외부 전문가 통한 안전진단 결과 보고 ▲외부 전문 안전감독관 업체 운영 비용 부담 등을 약속했다.

롯데건설이 관양현대아파트에 제안한 시그니처 캐슬 조감도 / 사진=롯데건설

롯데건설도 이번 수주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광주 사고로 이미지가 훼손된 HDC현산에 질 경우 기업 이미지는 물론 ‘롯데캐슬’ 브랜드 가치도 흔들릴 수 있어서다. 롯데건설은 프리미엄 브랜드 ‘시그니처 캐슬’ 적용과 안양시 최초 해외 특화 설계, 용적률 270~300% 시나리오별 대안 설계, 9대 공약 등을 강한 수주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롯데건설이 제시한 9대 공약은 ▲사업추진비 책임조달 ▲무상입주 및 환급 확정 ▲골든타임 분양제 ▲물가인상에 따른 공사비 인상 없음 ▲분담금 입주 2년 후 납부 ▲환급금 조합원 분양 계약시 100%선지급 ▲마이너스 옵션(가구당 4000만원) ▲사업비 전액 무이자 대여 ▲인테리어 업그레이드 비용 지급(가구당 1000만원) 등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광주 사고 이후 롯데건설에 유리하게 흘러가는 듯 했으나 HDC현산이 공사비와 사업비 조달 등에서 우위를 차지하면서 롯데건설이 완승을 확신하기 어려워졌다”며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HDC현산과 롯데건설을 지지하는 세력이 나눠진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건설 입장에선 이기면 본전이고 지면 굴욕을 당하는 상황이 됐다”며 “HDC현산은 이번 수주전 결과에 따라 민심을 확인하고 도시정비사업 향방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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